태어나서 죄송합니다 5편

너 잘못이 아니야

by 전안나 작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5편

너 잘못이 아니야



나에 대한 모든 권한은 나에게 있지 않았다.


“제멋대로 굴면 학교에 보내지 않을 거야. 잘 생각하고 지껄여. 너를 학교에 보내는 것도 보내지 않는 것도 모두 우리 권한이다”라는 가네코 후미코 할머니의 말처럼, 학교를 가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모든 것을 양어머니는 통제하려 했다.


나에게는 친구네 집에 가서 놀거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가는 수련회나 소풍 때마다 “안 보낼 거야”라고 말해서 나의 어린 마음을 무너뜨렸다.


가네코 후미코의 글을 읽으며 알게 된 것은 “이 모든 일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가네코 후미코가 무적자인 것이 본인의 잘못이 아니듯, 할머니에게 미움받은 것이 본인 잘못이 아니듯, 혼나지 않기 위해 거짓말한 것이 본인 잘못이 아니듯, 나의 어릴 적 삶도 내 잘못이 아니었다.


가네코 후미코는 나에게 말한다. “너 잘못이 아니야”라고 100년 전에 죽은 그녀가 나를 위로해주고 말을 걸어주었다.


그동안 내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은 어쩌면 이 모든 것이- 고아원에 살았던 것도, 입양된 것도, 아동 학대를 받은 것도, 그렇게 오랫동안 탈출하지 못한 것이 모두 내 잘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양어머니에게 맞으면서 이유도 모른 채 매번 사과를 해야 했던 어린 안나는, 주영이는 지금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렇게 27년을 살았더니, 지금도 내 존재만으로 미안하고 사과해야 할 존재인 것 같다.


나는 왜 태어났지만, 태어나지 못한 무적자가 된 것 일까? “나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나는 너무나 많은 사람의 노예로 살았다”라는 가네코 후미코의 말을 머릿속으로 되뇌어본다.


지난 시간 동안, 나는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나 자신이 되어 살아보아도 괜찮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나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누구의 노예도 아니여야 한다’ 혼잣말로 한번 더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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