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죄송합니다 8편

반드시 잘 살아남는 복수

by 전안나 작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8편. 반드시 잘 살아남는 복수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로서의 삶과 주도적으로 내 삶을 이끌어 가는 삶,

이 두 가지를 분리하며 사는 건 너무 괴롭고 힘에 부쳤다.


속으로는 이를 악물어 피멍이 들면서도

겉으로는 삶을 무심히 잘 살아내야 했다.


피해자와 치료자라는 두 가지 이율배반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는

양어머니가 모르는 나만의 산소호흡기가 필요했다.


나의 산소 호흡기는 책이었다.

내가 나를 둘로 쪼개서 철저한 이중생활을 하면서도,

미칠 것 같은 생활 속에서도 미치지 않은 것은 책 때문이다.

책은 나에게 무중력 상태의 안전한 공간이 되었다.

현실을 벗어나 하늘을 날게 했다.

그곳에서 나는 안전했다.


책 중독자처럼 매일 책을 읽고, 그것으로도 충족이 되지 않아 온갖 것들을 배우러 다녔다.

심리학, 상담, 미술치료, 비폭력 대화법, 자기 인식 교육, 심리검사에 이어 대학원을 2번이나 다니며 무언가를 찾아다녔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찾고 싶었다.

내가 왜 태어났는지 이유를 찾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서 죄송하지 않은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다녔다.


나는 내 모습 그대로 나를 찾으러 계속 자기 인식 공부를 이어갔다.

그리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생각했다.


나에게 필요한건 용기 였다.

피해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 살려면 새로운 자세가 필요했다.

그런 배움의 끝에, 나는 더 이상 내 삶을 분리시키기 않기로 마음먹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나를 치유해나갔다.


양어머니의 저주를 벗어나야 했다.

그녀의 말처럼 죽어도 싼 존재가 아니라고,

그녀의 말처럼 별 볼 일 없는 존재가 아니라고,

그녀의 말처럼 죽어버리지 않고 반드시 잘 살아남는 복수를 할 거라고....


나는 지금 잘 살아남는 복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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