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 아니고 연상입니다

충성!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임무는 농부?

by 산골노마드

여름이 성큼 다가오는 푸른 계절 6월 우린 결혼식을 올렸다.

그때 우리는 군인이어서 가장 현명하게 소비하면서 쉽게 준비를 마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고, 남편의 요구에 따라 빠른 날짜를 선택해서 준비하기 시작했다.

군인이라면 저렴하고 강남스럽게 예식을 올릴 수 있는 용산 국방회관에서 예식을 하기로 결정하고 예약을 하러 간 날 남들이 하지 않은 날짜 6월 6일 현충일 밖에 없었고, 아니면 가을로 넘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우린 빠른 실행력으로 양가 허락도 없이 6월 6일로 정하고 예약을 했다. 그때 우리 부모님은 화를 많이 내신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무를 수도 없다고 되려 큰소릴 치고 진행했던 결혼준비다.

양가 모두 첫 번째 예식이라 준비를 잘해서 진행하고 싶으셨을 텐데 번갯불에 콩 볶듯 정신없이 훅훅 진행해 버리는 우리들이다.


결혼준비 목록도 아주 군인스러웠다.

우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살림목록을 적어봐. 없는 것만 구매하자.

같이 살 관사(군에서 제공해 주는 군 숙소)를 얻으려면 혼인신고부터 하자

혼수 필요해? 우리 인당 50만 원씩 각자 집에 현금으로 하자

헤, 메, 드, 사 (헤어, 메이크업, 드레스, 사진) 한 번에 가능한 곳으로 결정하자

부대장(연대장)님께 주례를 부탁하자.

친구, 친척, 지인 등은 각자 집에서 알아서 초대하는 걸로 하자.


최종 확정하러 국방회관을 찾았을 때 마침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여군 선배님이 해당 담당관으로 계시다 해서 전화를 드렸더니 한걸음에 달려오셔서 아끼는 후배니 잘해주라는 말까지 해 주셔서 다들 잘 대해 주셨다. 어찌나 든든하던지 후배 챙겨주는 선배님 마음에 감동 그 잡채!!


그때 당시 가수 홍경민이 근무하던 기간이라 흔쾌히 축가가수로 보내주겠다고 약속까지 하셨다.

아쉽게도 결혼 2주 전 홍경민 가수는 다른 스케줄이 잡혀 못 보낸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선배는 미안하다며 다른 인원들로 보내준다 했다. 무조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어떤 인원인지도 잘 모른 채 결혼식 당일이 되었다.


예식을 시작하려는데 어디선가 등장한 라이브밴드와 삼군(육, 해, 공) 의장대 인원들이 예도와 라이브 반주를 해주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 만큼 듬직하고 훤칠한 건장한 청년들이 착착 소리를 내며 예도를 하던 모습은 너무나 멋졌다. 하객들의 환호성도 높았다.

축가는 국악밴드(교회친구)가 와서 아름다운 선율로 연주했고, 비디오를 봐야겠지만 밴드 공연도 있었던 것 같다. 군인 부부다운 씩씩한 결혼행사는 하객들에게 즐거운 구경거리가 되었다.


우리 집은 시댁보다 친척도 많았고, 부모님의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지인들도 많았다. 당연 인사담당관이었던 나는 군인 선, 후배들도 많았다. 이렇게 많은 축복으로 받으며 올린 결혼식은 다행히도 2년이 아니라 20년째 잘 걸어가고 있다.


지금도 가끔 우리 결혼식이야기는 재미난 이야깃거리가 되고 있다. 남편은 아직도 처가댁에서는 꼬마신랑이라고 불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사진을 보아도 그때 남편은 정말 어려 보인다.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친척들은 나더러 어디서 어린 꼬마신랑을 꼬셔왔냐며 능력 좋다는 이야기를 매번 하신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외가 친척 어르신들은 꼬마신랑이라고 부르신다. 좀 더 충격적인 건 시골 할머님들은 남편을 "학~생"이라고 부르신다. 단체로 안과에 모시고 가고 싶다. 할머니~~ 낼모레 50 됩니다. 이 남자!!


누누이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연하가 아니라 나보다 2살이나 많은 연상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