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늦은 육견일기
세 번째 이야기
핑크콩이라는 이름을 풀네임으로 부르기가 힘들다는 가족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성은 놔두고 이름만 부르기로 했다. 털뭉치 녀석이 아직 자기 이름을 모르니 알게 해줘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쪼그만 귀에 대고 콩이를 하루에도 몇십 번씩 속삭여줬다. 알아는 듣는 건지 태평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방안 한가득 쌓여있는 펫샵에서 산 패키지 물품은 우리 같은 초보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것들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 물품들 중에 제대로 쓰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 그냥 구색 맞추기 상술에 어리석은 초보 개부모인 우리가 당한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강아지를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하지 않고 펫샵을 이용한 것을 못마땅해한다. 물론 불법 개 번식장을 생각하면 펫샵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나 또한 얼마나 많은 강아지들이 일생을 고통 속에서 보내다 가는지 뉴스에서 보고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그렇지만 변명을 하자면 우리는 2개월 정도의 어린 강아지와 처음부터 무지개다리 건널 때까지의 모든 경험을 함께 하고 싶었다. 사실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좀 더 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약간 기생충이나 벌레, 세균, 바이러스 같은 것에 대한 공포가 있어서 유기견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각종 세균이나 질병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는 계획 하에 일을 진행한 게 아니라 충동적으로 그 털뭉치의 미모에 끌려서 데려온 것이라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좀 더 강아지 기르는 것에 경험치가 쌓이고 여유가 생긴다면 집 없는 강아지들을 임보 해보고 싶기는 하다. 그러려면 좀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지금 눈앞의 꼬물이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우리 부부는 우왕좌왕 중이다. 이래서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