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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수연 Oct 19. 2022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 특강 #3. 응모를 위한 독후감 쓰기

  14명의 글쓰기 수업 수강생 중 5명만 출석한 날이었다. 선생님께서 "사정이 생겨 못 오신다는 분이 너무 많아서, 저희 남편이라도 데려와야 하나 했어요."라는 농담으로 수업의 문을 열었다. 지난 강의까지 했던 시 수업을 마치고, 오늘부터는 '응모를 목적으로 하는 독후감 쓰기' 수업을 한다. 독후감 공모전에서 수상을 하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에 기대를 잔뜩 품고 수업에 임했다. 그리고 숙제 검사 시간이 왔다. 각자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읽고 간단한 소개를 준비해 오는 것이 우리의 숙제였다.


  먼저 선생님께서 '순례 주택'이라는 책을 소개해주셨다.

"소설은 분명 허구이지만, 이 책은 마치 우리 세상의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요즘 특히 이러한 리얼리즘, 즉, 우리 삶의 근간을 얘기하는 소설이 인기가 있죠. 순례는 사채업을 하던 남편과 이혼한 후, 가난하지만 당당하게 살고자 다짐합니다. 평생을 세신사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다세대 주택을 구입하고 착한 건물주가 되어요. 또, 이 소설은 순례의 최측근인 수림이와 수림이의 '어린 부모'가 '자기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이기도 합니다. 관광객은 요구를 하고 순례자는 감사를 한다고 하죠. 똑같은 것을 두고 열 가지의 좋은 점을 말할 수도 있고 열 가지의 나쁜 점을 말할 수도 있어요.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을까요? 부동산이라는 것이 단순히 생활의 터전이 아닌, 돈벌이의 수단이자 과시의 대상이 된 상황에서 순례 주택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선생님의 책 소개를 흥미진진하게 듣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누군가는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을 언급했다. 주인공이 주체적인 삶을 찾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이 유사했다. 이 분은 '불편한 편의점'에서 '경계'라는 키워드를 건져냈다고 다. 제대로 된 삶과 허황된 삶, 부도덕과 도덕, 미성숙과 성숙의 경계를 넘는 이야기라고 이 소설을 정의했다. 또, 어떤 분은 먹고사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얘기하며 '이렇게 된 이상 마트로 간다'라는 책을 소개했다. 이 책은 브런치 북 6회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데, 아주 현실적인 창업 분투기라는 점에서 카페 운영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저마다 자신을 닮은, 혹은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놀라웠던 분은 나에게 볼펜을 빌려주신 분이셨다. 이 볼펜은 잉크가 잘 안 나와서 공책에 쓴다기보다 '새긴다'는 느낌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때 볼펜에 적힌 문구가 내 눈길을 끌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뭐지? 이분 신용불량자이신가? 그래서 볼펜도 이렇게 아껴가며 끝까지 쓰시는 건가? 나는 왜 하필 볼펜을 안 가지고 와서 이 분께 폐를 끼치는 건지...' 이런 생각에 잠겨있는데, 이 분이 입을 떼셨다. 자기는 평생 경제 관련 책 위주로 읽어왔다고 하며, 자신을 개인투자자라고 소개했다. 80년대에 무역회사에서 일하면서 '환율'에 눈을 뜨고, 재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단다. 한 분야의 책을 100권 읽으면 그 분야에서 학위를 딴 것과 같다고 하는데, 본인이 생각할 때는 100권도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엄청난 양의 경제 서적을 읽으며 지식을 쌓았고, 아는 것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나서야 실행에 옮기셨다고 한다. 그 결과, 아파트 일곱 채를 굴리며 임대 사업을 16년 동안 했고, 2020년 3월 19일 코스피가 1500을 붕괴한 그날부터 주식을 시작했다고 한다(실제로 이렇게 정확한 날짜까지 언급하심). 늘 수수한 옷차림에 에코백을 들고 다니셨던 이 분은, 알고 보니 서민 갑부였던 것이다. (이런 분을 신용불량자라 생각한 내 안목... 실화냐?!!)


  이분의 경제 강의를 20분 정도 들었던 것 같다. 30년 동안 가계부를 쓴 습관부터 경제 공부의 중요성까지. 누군가 앞으로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전망이 어떻게 될 것 같은지도 물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해주시긴 했으나, 하나의 의견일 뿐이니 참고만 하라고 하셨다. 단 한 권의 경제 서적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는, "역시 워런 버핏인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 (수능 만점자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 같은 느낌...ㅎㅎ) 덧붙여서, 원래는 자기가 어디 가서 투자 얘기 절대로 안 하는데, 갱년기 증상이 너무 심해서 이렇게 마음에 있는 말을 다 쏟아내게 되었다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꼭 해주고 싶은 말은 "자식 너무 믿지 말고,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라"라며... 조금은 울먹이셨다. 나는 왠지 재테크 관련된 말보다 이 분의 마지막 이 한 마디가 더 와닿았다.


  책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인생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수업을 마칠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께서는 마지막 5분을 남기고서야 급하게 독후감 형식을 알려주셨다. 다음 시간까지 독후감을 한 편씩 써오라는 숙제와 함께... 혹시나 궁금한 분이 계실까 하여 살짝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독후감 구성>

1. 처음: 책을 읽게 된 동기, 표지에 대한 느낌, 책의 첫인상
2. 중간: 책 줄거리를 간단하게 자신의 언어로 바꿔서 표현할 것(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3. 끝: 책에서 집어낸 키워드를 활용한 느낀 점,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 등

+) 응모를 위한 꿀팁: 첫 문장에서 시선을 사로잡아야 하며, 위의 틀을 깨라! (연습할 때는 틀에 맞춰서 하되, 배움이 충분해지면 틀을 깨도록 하라!)


  글쓰기를 배우러 왔는데 인생을 배우고 가는 이 느낌은 뭘까?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인 곳. 이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몇 권의 책을 탐독한 기분이었다. 커피, 재테크 등 다양한 분야에 각기 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글에서 위로받은 적이 있고, 기록의 힘을 믿으며, 배움과 성장에 중독되어 있다. 그리고 만약 한 사람이 한 권의 책과 같다면, 책에 관한 다음의 두 가지 진실도 사람에게 적용될 것이다.


1.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 (진짜 부자는 사치를 부리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2. 책은 또 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 (독후감은 쓰기 싫고, 오늘 언급된 책을 읽고 싶다.)

  

  2022년 노벨 문학 수상자인 아니 에르노는 "오로지 자신이 직접 체험한 것만 쓴다."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경험도 문학이 될 수 있다. 삶이 곧 문학이기에, 문학은 감동적이다. 그리고 모든 문학이 수렴하는 곳은 결국 '주체적인 삶'이다. 내 이야기(story)가 내가 살아온, 그리고 살아갈 역사(history)가 되는 순간까지, 계속 쓰기로 다짐한 것도 결국에는 '조금 더 나답게 살기 위함'이다.



제가 읽어간 책 소개는 일부러 뺐어요.

다음에 독후감으로 써서 올릴게용...

남은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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