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리즈 시절은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졸업까지였던 것 같다. (리즈의 정의가 '외모' 기준이 아니라, '인생의 만족도'라고 할 때 얘기임. '외모' 기준이라면 그때는 절대 암흑기... ㅋㅋ) 나는 고등학교 졸업식날 단상에 세 번 올라갔다. 문과 수석 졸업, 동창회 상, 장학증서 수상까지... 그리고 4년 장학금 + 학비 보조금까지 받고 국립대학교 사범대학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대학교에 입학해서도 평점 평균은 4점을 내려간 적이 없고 All A+, 그러니까 평점 평균 4.5도 여러 번 받았었다. 물론 임용고시도 한 번에 패스! 했을 뿐만 아니라, 그해 내가 시험 친 지역에서 영어교사로 신규 임용된 사람들 중에서 가장 높은 성적으로 붙었다. 그러니 나 스스로가 공부의 달인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공부를 잘한다고 자부할 만한 사람이다.
나의 대학 성적표 (석차 1)
내가 재수 없게 (안물 안궁인) 내 자랑을 늘어놓는 이유는... 이렇게 공부를 많이, 그리고 잘한 사람도... 심지어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자기 아이 교육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이 전교 꼴등 출신이라고 할지라도 괜찮다고... 전교 1등 출신인 엄마도 똑같이 헤매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여러분~ 저처럼만 하세요~ 그럼 아이 똑똑하게 잘 키우실 수 있어요."는 절대 아니라는 얘기다.
나의 육아 도우미들
이 글은... 평균보다 제법 공부를 잘했고, 교육학을 부전공하였으며, 육아 서적을 꽤 많이 읽어 본 '8년 차 엄마의 고군분투 성장기'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보잘것없을지도 모르는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나 도움이 될까 싶어서, 혹은 새로운 통찰력을 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사실 사랑과 섹스 얘기를 주제로 도전했다가 작가 선정에 실패해서 ㅠㅠ 나만 쓸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이 주제로 정하게 됨. 브런치 미워.. 흥).
(내 자랑하느라) 서두가 많이 길었다. 제목으로 어그로를 끌었는데 이제 답해야 할 시간이다. 이 글의 부제목, "전교 1등 출신 엄마는 아이 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가?"에 답하자면, "엄마인 나는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학원 로드맵이나 문제집 추천 기대하고 오신 분들이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ㅠㅠ) 물론 이 결론 역시 나의 성장에 따라서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지금 현재로서 나의 육아 철학은 이것이다. 내 아이가 공부를 못할 수도 있다는 것. 공부는 여러 가지 재능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이것을 인정하고, 여기서부터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야 아이가 다치지 않는다. 그래야 아이와 부모의 관계가 나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국영수사과 암기 달달달만으로 평생을 먹고살던 시대는 이제 끝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예 아이에게 공부를 안 시키는가? 그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를 따라갈 정도는 시키고 있다. 다만, 철저하게 아이 의사를 존중한다. 학습지를 하더라도 아이에게 물어보고, 아이가 하고 싶다고 하면, "네가 시작한 거니까 한 달은 책임지고 하는 거야"라고 한다(보통 시작은 학교 앞에 홍보차 나와 계신 컨설턴트분들의 장난감 미끼에 걸림). 한 달 해보고 아이가 도저히 못하겠다고 하면, 바로 끊는다. 아이가 계속하고 싶다고 할 때에도, 이 "하고 싶다"는 반응이, 선생님이나 엄마인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본인이 진짜 재미를 느끼는 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한다.
왜냐하면, 내가 공부를 잘하게 된 계기는 하나였기 때문이다. 공부가 재미있어서. 엄마가 공부를 하라고 해서 한 게 아니었다. 엄마는 공부 그만하고 일찍 자라고 하셨고 학원비 아깝다고 학원도 안 보내주셨다. 그런데 나는 공부를 하는 과정이 너무나 재미있었기 때문에 공부를 지속적으로 했고, 그러니까 결과가 좋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즉, 아이에게 물을 떠다 주기 전에, 아이가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부모인 내가 할 수 있는, 그리고 반드시 해야만 하는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