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없이 회사 다니기.
업무 특성상 제휴사와
커뮤니케이션 할 일이 많다.
가뜩이나 내향적이고 조용한 성격에, 처음엔 전화 받는 것 조차 어려웠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내가 '을'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부탁하는 입장에 서다보니
'바쁘신데 죄송하지만'이라는 말이
먼저 나왔다.
당당해야지 하면서도, 업무적인 사이에 뭐 이리 구차한가, 싶다가도
수화기를 들면 나도모르게 공손해졌다.
그 날도 그랬다.
평소에 잘 지내던 제휴사 차장님이
전화오셨길래 반갑게 받았는데.
사못 격양된 목소리로
내가 보낸 서류에 대해서
한참을 감정 섞어 이야기 했다.
상대방 입장에서 거칠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었지만,
내가 사전에 양해를 구했음에도
그 양해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
내 판단으로 보낸 것이 아니었는데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감정을 쏟아냈다.
실제로 뵌 적도 있고,
젼화통화도 여러 번 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날 선 말이 오간 뒤 통화가 끝났다.
친하다 느꼈던 분이 쏟아내는 거친말에 느껴지는 서운함?
더 적극적으로 나를 방어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얘기를 듣고 있나, 하는 후회?
무엇 때문인지 눈물이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사회생활은 원래 이런 걸까.
내가 체념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일까.
아니면 바꿀 수 없으니
인정하고 떠나야 하는 부분일까.
좋은 사람들만 보고,
행복한 이야기만 하고,
매일 웃지는 못해도,
매일 울지는 않는,
그렇게 소소하고 무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싶은데.
다짐한다.
'회사'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많은 일들, 관계들 속에서
열심히 가면을 쓰자고.
의미 부여하지 말자고.
좋다, 싫다, 생각하지 말자고.
그냥 감정을 버리자고.
그 어떤 일과 그 어떤 관계에도
담담해지자고.
그 대신 결심한다.
내 가슴을 뛰게하는 사람들,
내가 좋아하는 일에는
전심을 다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