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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Feb 22. 2020

[요즘의 생각] 설명도 설득도 필요 없는 사이

그런 사람들에게만 잘하면 돼.


1. 그 드라마가 인상 깊었던 이유


수능시험을 마친 고3 교실,

느지막이 등교해서 

12시까지 자유시간을 만끽하며

수많은 드라마, 영화를 섭렵했다.

그중에서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드라마 한 편이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전학 와서 왕따 당하는 

여학생 한 명이 있다.


항상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며 

어두운 기운을 풍겨내는

여학생 곁엔 아무도 없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그 반에서 가장 인기 많은 남학생 한 명이

여학생을 인기인으로 만들기 위해 

프로듀서를 자처하게 된다.


그리고 성격이 독특해서 친구가 없던 

또 다른 남학생 한 명이 

프로듀서 작전에 합류한다.

셋은 그렇게 절친한 친구 사이가 된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기 많았던 남학생은 

길거리에서 괴롭힘을 당하던 사람을

도와줬다가 엉뚱한 오해를 받는다.

그 이후 어떤 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저 멀리서 목격하지만

도와주려다가 또다시 오해받기 싫어 

그냥 지나치고 만다.


그런데 하필 피해자는 

같은 반 친구였고, 

위기에 빠진 친구를 외면했다며 

모두들 그를 비난하게 된다.


다들 수군거리며 손가락질할 때,

그가 프로듀스 해주었던 왕따 여학생과,

독특한 남학생 두 명은 

어떤 비난의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옆을 지켜준다.


"너라면, 

그렇게 행동했을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왜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계속 친구 자리를 지키냐는

인기남의 질문에

두 친구들이 하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사실은 말이야"라고 시작되는 

긴 설명을 달 필요도

기승전결을 갖춰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진심으로 나를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그렇게 있는다.


나를 오해할 법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내 모습을 두고 수군거릴 때도,

그들은 들려도 듣지 않고 

보여도 보지 않는다.


2. 마음껏 오해하고, 마음껏 비난하라.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다면

마음껏 오해하게 내버려 두자.

보이는 곳에서든

보이지 않는 곳에서든

누가 나를 비난한다고 해도

그 또한 (쉽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으니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


아무리 설득하고 설명한 들

어떤 사람들은 변명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그 사람들의 마음이고 

선택이니

내가 노력한다고 

강제로 바꿀 순 없다.


그러니 사람들의 오해를 

일일이 바로잡으려 애쓰지 말자.

내 진심은 그게 아니라며 

사람들을 붙잡고 토로하는 일조차

에너지 낭비 일지 모른다.


3.  설명도, 설득도 필요 없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설명을 하지 않아도,

설득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어떤 상황에서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이 있다.


"너라면 이유가 있었을 거야." 라며 

무언의 응원을 보내주는 사람들.

설사 나를 오해한다고 해도

그 오해마저도 엉뚱 발랄하며

관심마저도 그저 사랑스러운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만 잘하면 된다.


오늘도 다짐한다.

모두가 내 편일 필요가 없으며

또 나도 모두에게 

진심일 필요는 없다고.


모든 오해를 바로잡으며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기엔

내 에너지와 시간은 한정적이며

내가 노력해서 바꿀 수 있는 

마음은 (내 마음을 포함해서) 

이 세상에 하나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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