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 동상 보는 꿈해몽
어떤 여자의 일상 이야기
너의 독립기념일을 축하한다.
아들이 내 가까이 직장을 다니며 결혼하고 살아가길 바랐다. 살고 있는 지역 내에 본사가 있는 A기업 입사는 그런 점에서 엄마인 나를 너무도 행복하게 해 주었다. 하지만 아들은 좀 더 발전하고 싶었고 더 성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원래 자신의 목표였던 공기업에 1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합격했을 때 나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적어도 한 며칠은.....
길게 느껴지던 아들의 신입 교육이 끝나가니 마침내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어디로 발령이 날 것인가.
지금까지 아들이 A기업을 그만둔 것을 아쉬워하던 나는 발령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있는 녀석이 몹시 안타까우면서도 속상하고 짜증이 났다. 공기업 순환근무 때문에 힘들 줄 몰랐냐며 애한테 소리도 쳤다.
우리 가족은 애써, 살고 있는 지역의 본부로 발령이 날 것이라며 그럴 수밖에 없는 오만오천오백오십오개의 이유를 근거로 들면서 서로를 위로하였다.
발령 나기 전 휴일 아침이었다.
아들이 왠지 고향에 있게 될 거 같다는 것이다.
어째서냐는 나의 질문에 아들은 멋진 꿈을 꾸었다는 게다. 꿈에서 동기들이랑 이순신 장군 동상을 봤다는 것이다. 나는 그 즉시 구글 검색창에서 검색을 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보는 꿈 해몽'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보는 꿈은 뜻밖의 행운이 찾아와 집안에 경사가 생길 꿈이라고 합니다. 신분이 높아지고 입신출세하여 사회의 지도자가 될 것을 암시하는 꿈이라고 하네요. 입학, 승진, 당선, 합격, 취직 등의 경사가 있습니다.'
와~~좋은 꿈이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보는 꿈이니 너는 원하는 대로 고향에 머물겠구나 했다.
근데....잠깐만....이순신 장군 동상은 아산 현충사에 안 있나?
"엄마, 통영에 있지, 거기 있었던 거 기억나는데. "
그렇지. 하기야 이순신 장군 동상이야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강당 앞에도 있었고 서울에서도 봤고 오만 데 다 있잖아...
좋은 꿈이니 원하는 대로 되려나 보다.
5월 10일 금요일.
아침부터 내가 다 긴장되었다. 와 아직 소식이 없노...
아들에게 카톡으로 문자를 보냈다.
"아들 엄마 가슴 터지겠다."
그랬더니 곧장 답이 오는 것이다.
"저도.."
"아마 기찻간에서 발표 날 거 같네요."
그랬다.
대전교육원에서 집으로 오는 KTX 기차 안에서 아들은 충남에 있는 D본부로 발령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처음엔 위로를 보냈다.
그러다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짜증 덕에 '너는 이제 충청도 사람'이라고 헛소리 카톡을 보냈다. 종국에는 화난 개 이모티콘을 아들에게 보내고야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미안하다.
축하하고 축하해야 할 아들의 힘든 수료를 발령땜에 속상해서 .....ㅠㅠ 얼마나 힘들게 이직 준비를 했고 또 얼마나 어렵게 합격한 회사인가 말이다.
일요일, 다시 짐보따리와 살림도구를 챙겨 온 식구가 D시로 향했다.
비가 온다는데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아들의 성품처럼 부드럽고 맑은 날씨였다. 자동차로 길고 긴 4시간 반 이상의 여정 끝에 D시에 도착했다.
사택은 깨끗하고 풍경이 좋았다.
함께 집을 쓰게 될 선배가 깔끔하고 멋쟁이인지 집 내부엔 혼자 거하는 남자 냄새 대신 아로마 향내가 진했다.
삼겹살로 점심을 먹고 짐 정리와 청소를 돕다 보니 집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염려했던 것보다 훨씬 나아서 다소 안심이 되었고 아들도 그런 거 같았다. 이 곳까지 오는 내내 미안해 하는 아들을 힘껏 안아주고 비로소 진정한 독립을 이룬 것을 축하해 주었다. 너의 운명의 짝이 이곳에 있나 보다 하면서....
D시로 올라가는 길에 휴게소에 몇번을 들렀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 문의청남대, 또 뭐였더라...다들 특이한 이름들이고 제각각 특색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에 살면서도 참 안 가본 곳이 많구나 싶었다.
내려오는 길에도 휴게소에 들러 남편과 카페라떼도 마시고 오징어도 씹으며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국도로 진입해 아산시 부근을 한참을 달리는데 휴게소 간판이 우측에 보였다.
'이순신휴게소'
왜 자꾸 웃음이 나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