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는 근무시간이 미친 듯이 길었다.
미친 듯이 긴 시간만큼 밥은 사내식당에서 다 제공해 줬는데
저녁을 먹고 있다 보면 다른 팀 사람들이 하나 둘 내 옆으로 모였다.
힘들지? 밥 그거 먹고 되겠어요? 어휴 솔트대리 진짜.... 어떡하니...
나랑은 밥을 먹어도 누구도 팀장이랑 밥을 먹지 않았다.
팀장이 식판을 들고 사람들 사이에 끼려고 하면 그냥 일어나는 사람도 꽤 있었다.
- 솔트야 너 밥 다 먹었니? 그래도 나 다 먹을 때까지 앉아있어
빈 식판을 앞에 두고 팀장의 헛소리를 들어주다 보면 진이 빠졌다.
점심시간도 저녁시간도 나는 5분도 자유롭기 어려웠다.
팀장은 자기가 유머러스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유머가 누군가의 단점을 잡아 웃기는 거라서
다들 왜 저래... 하고 피했다. 그리고 주로 그 단점 잡히는 건 나지 뭐..
왜 자기를 사람들이 피하는지 자기랑 밥을 안 먹는지에 대해 나한테 한 헛소리는
- 내가 대표님 사람이라 그래 내 앞에서 말실수하면 대표님 귀에 들어갈까 봐 다들 겁먹고 피하는 거야
무슨 소리예요 기획실장이 채용사이트 보다 데려온 거 다 아는데...
물론 이 말은 입 밖으로 하지 않았다.
그 무렵 사무실과 매장의 모든 사람들이 그 팀장이랑 싸우고 있었다.
좋게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고 대표님께 말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다들 그 말에 심기가 불편했다. 미쳤나 봐... 애야? 이르긴 뭘 맨날 이른다고 난리야..
슬슬 팀장이랑 말도 안 섞고 상대를 안 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심기가 불편한 팀장에게 조져지는 건 나였고.......
어느 날부터인지 내가 매장에 나타나도 점장님들이 싫어하지 않으셨다.
업무 특성상 본사에서 내가 나오는 게 좋은 일이 아닌 걸 알면서도
싫어하기는커녕 보자마자 손부터 붙잡고 힘들어서 어떡하니... 소리부터 하셨다.
왜 저러시지...? 했는데 알고 보니 매장에서의 일이 사무실에 소문나듯
온 매장에 솔트 대리가 그 미친 팀장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소문이 다 난 거다.
사무실에서의 크고 작은 괴롭힘들이 온 매장에 소문이 났고
팀장과 안 싸운 점장님들이 없던 때였다.
점장님들과 각 매장 매니저들이 나한테 친절한 이유는 솔트 대리가 불쌍해서... 였다.
점장님들이 불쌍한 솔트 대리 우리라도 잘해주자 하고 대동단결한 덕분에 외근이 덜 힘들어지긴 했다.
사실 그분들이야 사내 인트라넷으로 팀장한테 쪽지나 100개씩 받지(쪽지 100개도 정상은 아니다)
나는 거의 12시간 넘게 팀장과 함께 있었으니 점장님들 눈에는 쟤 어떡하니...로 보일 수밖에...
그 무렵 점장님들의 태도와 함께 나를 부르는 호칭도 바뀌었다 솔트 대리님 에서 우리 솔트....
온 동네방네 불쌍한 존재.. 우리 솔트...
하... 진짜 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많은 생각이 스쳐가기 시작했다.
왜 내가 불쌍한 애가 되어야 하나... 이게 뭐지?
팀장은 유부녀였고 애엄마였다. 그걸 뻔히 다들 알고 있는데 회식 때면 나에게
네가 아는 남자들 좀 불러보라고 졸라댔다.
네가 남자만 부르면 술값은 자기가 다 낼 테니
제발 좀 불러보라고 어린 남자들이랑 놀고 싶다고...
아니면 호스트 바를 가자고 돈도 자기가 다 내겠다고 졸랐으나
나는 어느 쪽도 응하지 않았다.
남사친들을 부르지도 호스트 바에 가지도 않았다. 팀장이 미친 여자 같았다.
후에 남사친들에게 이런 얘길 했더니 돈도 다 내겠다 했다며 부르지 그랬어
작정하고 술 비싼 거 먹고 다신 그런 소리 못하게 해 줄 수도 있는데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안 부른 거야 너네 불러서 그랬다가 내가 그 여자 카드값 결제일에 무슨 소리를 듣겠니.....
그렇게 괴롭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야 네가 아는 남자들 좀 한번 불러봐 봐
어린애랑 놀고 싶어 타령은 계속됐다. 어린 남자 되게 찾네.
그 무렵 김대리가 입사를 했다. 약간 푼수끼가 있고 운전을 할 줄 알았고
팀장의 남자 좀 불러보라는 요구에 진짜 본인이 아는 남자들을 불러
새벽까지 놀게 해 준 김대리...
문제는 김대리도 시댁과 합가 해서 사는 유부녀 애엄마였다는 거.
그래서 새벽에 귀가하는 바람에 시댁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뒤 김대리랑 팀장은 세트로 붙어 다녔다.
하지만 나한테 하던 괴롭힘을 김대리한테도 고대로 했고
팀장은 나름 당근과 채찍을 같이 줬다 생각했지만 전부 채찍만 준 게 문제였지..
김대리도 팀장이라면 이를 갈기 시작했다. 나랑 둘이 외근 가던 날 운전을 하며
- 걔 진짜 미친년 같아요!! 진짜 죽이고 싶어!!
하며 엉엉 울었다... 아.... 그래.. 견디기 힘들지...
김대리랑 같이 전날 술을 마신 날은 외근 가서 김대리 혼자 일 하게 하고
팀장은 차에서 자고 있었다고 했다.
그게 아니어도 개인적인 볼일 보러 갈 때도 김대리를 기사로 부렸는데
그렇게 같이 밖으로 돌고 사무실에 복귀해서 일을 또 해야 하니
김대리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수밖에...
그렇게 일이 밀려서 복귀 후 허겁지겁 처리하고 있으면 아직 안 됐냐고 재촉하기 일쑤였다.
김대리 입장에선 환장할 일이었다.
그렇다고 김대리로 타깃이 바뀐 거냐.. 그건 아니다.
여전히 나는 괴롭힘 당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