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8년 차쯤에 만난 어느 미친 팀장의 이야기.....
8년 차에 이직을 했다. 이 이야기는 그때 만났던 가장 미친 팀장의 이야기다.
나는 그 회사에서 최초로 실시한 공채에서 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공채 출신이었고
팀장은 기획팀장이 영입한 외부인사였다. 그리고 같은 날 입사를 했다.
기존 인원 2명으로 꾸려졌던 팀은 나와 팀장이라는 새로운 인력이 추가된 것이다.
기존 인원 2명의 텃새를 극복하기도 바쁜데 팀장은 내가 자신의 착실한 수족이 되길 바랐다.
그냥 바람만 있었다. 수족으로 부리고 싶었으면 당근을 좀 줘야 하는데 주는 건 당근이 아니었다.
당시 사내 청소를 구역을 나누고 제비 뽑기를 해서 했는데 자신의 청소 영역을
나한테 떠밀고 다들 청소하는 와중에 자리에 앉아만 있었다.
누가 팀장님은 청소 안 하세요? 하면 쏠트 대리가 하고 있습니다 하고 대답하여
다들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떠민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부랴부랴 규칙이 만들어졌다.
- 본인의 맡은 구역을 절대 남에게 전가하지 말 것....
팀장은 퇴근과 동시에 나에게 늘 문자를 보냈고 그 문자는 업무와 관련 없는 내용의 것들이었다.
내일 옷 뭐 입지 마라 퇴근 후 친구 만나지 마라 나 아니면 누가 이런 조언해 주겠니....
친구 만나지 말란 이유는 뻔했다.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가스라이팅은 더 잘 보이는 법.
본인이 나한테 하는 걸 내 친구들한테 얘길 하면 무슨 반응이 나올지 본인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 만나지 말란 소리는 매일 퇴근 때마다 했지만 나는 네 대답만 열심히 했다.
나는 가스라이팅에 넘어갈 만큼 귀가 얇고 줏대 없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다.
결국 팀장은 나를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것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5개월 만에 퇴사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둘이 첫 외근을 가던 날 팀장은 운전이 초보였고 나는 면허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네비를 못 보겠다는 팀장 때문에 네비 음성 역할을 해야 했다.
300m 앞에서 좌회전하세요 앞에 카메라 있어요 속도 제한구역입니다...
그런 외근을 한 이후 팀장은 사람들 많은 데서 어휴 솔트대리가 네비 역할을 얼마나 잘하는지 몰라요
옆에서 네비 음성 다 해줬잖아 하는데 순간 사람들의 당혹해하는 표정을 봤다.
그런 걸 시켜...? 하는 얼굴들... 직장 내 괴롭힘의 서막이 올라가는 순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기존에 팀에 있던 2명이 팀장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나에게 퇴근 후에 같이 저녁을 먹자는 제안을 했다.
텃세만 부리다 어쩐 일이지 싶어 그러겠다고 대답을 했고
그 이후로 오후 근무 시간 내내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일만 했다.
퇴근시간... 팀장이 먼저 퇴근을 했고 우리는 각자 시차를 두고 약속장소로 이동을 했는데
자기 빼고 만난걸 눈치챈 건가 싶게 약속장소에 앉자마자 팀장에게 전화가 미친 듯이 오기 시작했다.
순간 김 과장과 임 과장의 시선이 나한테 쏠렸다.
- 너 설마 팀장한테 말했니?
- 아니요!! 이걸 왜 얘기해요 말하면 자기도 온다고 할 텐데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으니 너 어디야? 누구랑 있어? 가 첫마디였다.
- 저 친구들 만나고 있는데요 무슨 일이세요?
- 아니.... 그게....
뜸 들이다가 혹시 김 과장이랑 임 과장이 무슨 말 안 해?
나 나가고 김 과장이랑 임 과장이 내 얘기 안 해? 안 하냐고!!!! 하고 채근하기 시작했다.
채근하다가 민망했는지 급히 그래 알았다 하고 끊었다.
아니면 나를 아무리 채근해도 내가 바른대로 말 안 할걸 그제야 눈치챘던지.
내가 전화를 끊고 오자마자 바로 임 과장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팀장.....
임 과장은 침착하게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고 곧 돌아왔다.
팀장이 뭐래? 하고 김 과장이 묻자
- 얘(팀장) 우리 감시하나 봐요.. 사무실에 자기 카디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
카디건? 카디건이 왜 뭐가 그렇게 중요해서?
- 말로는 자기 카디건 두고 온 거 같은데 사무실에 있냐고 물어서 퇴근했나 안 했나 떠보는 거죠
그거 맨날 놓고 다니면서 무슨... 지금 솔트대리한테 전화해서 솔트대리 퇴근한 건 확인했고
제가 자리에 있나 없나 확인한 거예요 카디건은 중요하지 않아요.
- 지 퇴근하고도 20분은 넘게 있다 나왔구먼 무슨... 내가 봤을 땐 그냥 지가 찔리는 거야
솔트한테 김 과장 임 과장이 아무 말 안 하냐고 그랬다며 아니라고 하니까 긴가민가 한 거지
그러다 임 과장 너한테 전화했는데 너도 퇴근했다니까 슬슬 걱정된 거고
만약 셋이 모였다고 하면 분명히 지 얘기할 건데... 근데 팀장 나한테는 전화 안 할걸?
김 과장의 예상대로 팀장은 김 과장한테는 전화를 안 했다.
팀장이 퇴근한다고 일어설 때 셋다 네 하고 일만 하고 있던 게
그날따라 괜히 이상하게 매우 마음에 걸렸고(평소에도 똑같은데!!!)
자기가 가고 난 다음에 김 과장과 임 과장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할지 매우 불안했던 것이다.
아니면 반대로 내가 뭐라고 입을 털지 걱정을 했던지...
김 과장과 임 과장은 처음엔 내가 팀장 사람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지내다 보니 아닌가..?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고 했다.
그래서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어서 자릴 만들었다고 했다.
당시의 회사는 프랜차이즈 회사라 매장을 여러 군데 갖고 있었고
나와 팀장이 같이 외근을 나갔을 때 매장 사람들은 팀장이 나를 막 대하는 걸 보고
김 과장과 임 과장한테 귀띔을 했던 거다. 김 과장은 회사 근속연수가 길었고
각 매장의 점장들과 친분이 강했는데 매장의 점장들이 나와 팀장에 대해
평가가 하나같이 같았던 것이다.
둘이 같이 다니긴 하는데 세트는 아닌 거 같아...
사람들 앞에서 솔트 대리 쥐 잡듯 잡더라 근데 솔트 대리도 독하지
그렇게 심하게 하는데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네 하고 말더라고....
김 과장과 임 과장의 그간 팀장 사람이라고 오해해서 미안하다 이제 잘 지내보자 파티(?) 이후
팀 분위기는 좋아졌다. 문제는 팀장은 그걸 바라지 않았다는 거지만...
업무 중 서로 얘기하는 것도 꼴 보기 싫어했다.
하지만 그래도 팀장을 제외하고 우리끼리 만나 저녁을 먹는 일은 종종 생겼다.
주로 누가 봐도 내가 팀장에게 심하게 괴롭힘 당한 날이 그런 날이었다.
그 무렵의 일이다.
팀장이 갑자기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어디 아파? 하고 물었다.
너무 뜬금없는 물음이라 네? 하고 되묻자
- 어디 아프냐고!
아닙니다 하고 대답하자 빤히 쳐다보다가
- 근데 왜 무표정이야?
하는 물음이 돌아왔다. 일할 때...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하지...?
나의 대답은 아 좀 피곤해서요였고 순간 팀장은 발작하듯 소리를 질렀다.
- 야 피곤해서? 피곤해? 야!!!! 어디 감히 피곤해서란 말이 나와!!!!
당시 우리 사무실은 오픈형 사무실이었고
그 광경은 그 사무실에 있던 모두가 보았다.
저렇게 발작하듯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팀장이 사무실에서 나감과 동시에
여기저기서 미친 거 아니야? 왜 저래? 솔트 대리 괜찮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멍 했다.. 무슨 표정으로 있었어야 했지?
그리고 그날 오후... 나는 위염이 도졌고 위장약을 뜯어 입에 무는 순간 팀장은 그걸 언제 봤는지
- 야!!! 나가서 먹어 사람들이 내가 너 괴롭혀서 약 먹는 줄 알 거 아냐!!!
하고 소리를 치고 사무실 밖으로 나갔고(나보고 나가서 먹으라며..?) 또다시 여기저기서
저년 저거 지가 괴롭히는 건 알고 있네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다시 생각해도 모르겠다. 일할 때 어떤 표정이어야 했을까..
장담하건대 내가 어떤 대답을 내놔도 팀장은 그날 발작했을 거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