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회의 시간.. 팀장은 회사가 구조조정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라고 했다.
그 얘기를 한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본사에선 얘기가 된 거고 공지를 띄우기
직전이며 대상자들에게 통보만 남은 수순인걸 모르진 않는다.
순간적으로 다들 눈동자를 굴려 각자의 맞은편에 있는 얼굴을 괜히 확인한다.
나는 정면의 팀장부터 쳐다봤는데 팀장은 이미 누군가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아니었다.
사실 내가 입사하고 단 하루도 회사 사정이 괜찮았던 적은 없었다.
입사했던 달에도 어수선했으며 두 달 뒤엔 회사 통장이 가압류되고
난리도 아니었다. 이때 왜 안 그만뒀어요? 하고 물으시면
10년의 경단을 깨고 들어간 지도 얼마 안 됐고 이런 상황은
처음 보는 거라 다음 전개는 뭐지? 하고 드라마 보듯 보다가 그렇게 됐습니다...
당시에 회사 1층에서 벨을 누른 사람이 정장만 입고 있어도
빨간딱지 붙이러 오는 거 아니야? 하며 흠칫 놀라기를 여러 번..
봄에 가압류 걸렸던 회사통장은 그해 여름에 가압류가 풀렸고
임원들은 회사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했다.
작년의 어느 한가하던 날 김 과장이랑 둘이 망상의 나래를 펼친 적이 있다.
그때도 나와 김 과장은 회사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임원들의 주장을 안 믿었다.
서로 그걸 믿어요? 아니 안 믿어요로 시작된 그날의 망상은
우리 사업부 임원의 관계사 대표이사 발령 및 구조조정에 대한 망상의 나래를
반은 농담으로 반은 진지하게 펼쳤는데 그게 다 현실로 다가왔다.
그때 망상한 게 망상으로 끝났어야지 왜 전부 현실이 되는 걸까..
망상이 사실 망하는 상상이었던 건가...
회사가 비용을 빠르게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다.
구조조정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나면 우리 회사는 괜찮을까?
내 생각엔 아니오.. 구조조정이 1차로 끝날 것 같지도 않다.
회사의 빚이 얼만큼인지 부채율이 얼마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이건
한두 명 정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실 내일 폐업해도 이상할 것도 없다.
사회의 계절은 현실의 계절과 같지 않다.
현실의 계절은 여름인데 겨울이 시작되는 느낌이다.
겨울의 시작에서 나는 잘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