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by 핑크솔트

기분이 태도가 되면 안 된다는 말은 맞다.

내 기분 내 감정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아니 직장에서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어요?


경영지원팀에서 오는 메일은 족족 나에게 토스하는 박팀장은

기분이 태도가 되는 사람이라서 혹자는 이것을 단순하다고

표현하지만 보고 있다 보면 왜 저래 싶을 때가 많다.

아침 출근 시 팀원 모두가 박팀장의 심기를 살핀다.

그러나 그것도 사실 별 의미 없는 게 아침엔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뭔가에 기분이 급격히 나빠져서 혼자 에이 씨... 하면

그날 오전은 망한 거다. 오전만 망하면 다행이다. 하루 종일 그럴 때도 있다.

누구 하나 사소한 거라도 꼬투리 잡히면 잡도리당한다.


오늘의 잡도리 내역을 알아보자...


여름휴가를 앞둔 시점 본사에서 휴가 계획을 제출하라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때 박팀장은 또 뭔가에 기분이 상해 에이 씨... 상태였다.

이때 신입인 A매니저가 기본으로 주는 3일만 쉬겠다 본인은 연차가 없고

달에 하나씩 발생하는데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고 그럴 때 써야 한다 했다가

- 나와서 뭐 할 건데! 어?!

하는 소리에 눈물을 머금고 마이너스 연차를 선택했다.


출장 중인 김 과장이 하반기에 결혼 준비 때문에 연차 쓸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자기는 기본 3일만 쉬겠다고 나한테 전화로 말했고

그걸 전달했다가 잡도리당한 건 김 과장이 아닌 나였다.

- 왜 3일만 쉬는데!! 왜?! 뭐 할 건데!!

무려 2분간 이어진 잡도리에 김 과장이 그때까지 팀장에게 말을 안 한

결혼 준비에 대해 발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게 있으면 있다고 김 과장은 왜 말을 안 하냐고 또 나를 잡도리했다.

(김 과장한텐 김 과장의 결혼 관련 문제 내가 말했다 미안하다 사과했다)

그리고 김 과장은 출장에서 복귀하자마자 비흡연자임에도 박팀장의 담배타임에

끌려나가 10분 동안 잡도리 당했다.


김 부장은 8월 셋째 주에 휴가를 선택했는데 이건 또 김 부장한테 따지지 않고

그걸 전달한 나에게 그때 왜 쉬는데! 뭐 할 거래? 왜 뭐하는지 안 물어봤어!!! 를 시전 했고

나는 가끔 친구들에게 말한 40대 김 모 씨 팀장 폭행 어쩌고 뉴스가 나오면 난 줄 알아라 했던 게

오늘이었던가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이없이 잡도리당하는 걸 본 오 부장님은 조용히 기본 휴가 3일에 본인 연차 2일을

붙여 휴가를 신청했고 나도 4.5개 남은 연차 중 2개를 붙여 휴가를 신청했다.

남의 휴가 계획으로 잡도리당했는데 나도 기본 3일만 쉬겠다 하면 또 시작일게 뻔했다.


언젠가 회식자리에서 박팀장은 자기가 가끔 과하게 뭐라고 해도

솔트매니저는 기분 나쁠 법 한데 늘 웃으며 친절히 대해준다.

그러면 본인도 좀 반성하게 되고 그 점은 고맙다고 한 적이 있다.

아... 내가 눈으로 쌍욕하고 있는 건 못 봤나 보다.


점심때 하.... 박팀장 한 대 때리면 감옥 가나...? 등짝 한대치고 싶은데... 하고 한숨을 쉬자

신입인 A매니저는 심각한 표정으로


- 매니저님이 팀장님 때린다고 소문나면 뛰어올 사람 많을걸요?

- 많겠죠....(먼산 보며)

- 같이 때리자고 오는 사람 장난 아니게 많을 거예요 손에 뭐 안 들었으면 다행이에요.

- 아 그건 그래요 나를 말리러 오는 건 아닐 거예요


파티원을 모집해볼까 싶은 순간이었다.


내가 기분이 좋고 나쁘고 가 타인을 대할 때 나타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내 기분, 내 감정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걸 나타내야 할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하는데

40 넘어서도 그걸 못 가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진짜...

아니 그걸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 기분이 태도가 되어 고객사 만날 때 제외하고는 그렇게 마음대로 하고 살지.

아마 어깨가 말랑말랑할 것 같다.

혹시 박팀장 뒷배가 있냐고요? 네 있어요.. 그래서 그래요.


아무튼 박팀장을 볼 때마다 늘 생각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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