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비밀인데 너만 알고 있어 의 '너'를 담당하는 건 주로 나다.
주변 사람들의 나에 대한 한결같은 평은 입이 무겁다
절대 밖으로 안 샌다 인데
나를 믿고 말해주는 그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서
절대 발설하지 않는다.
그리고 듣고 그냥 잊어버리는 경우가 더 많다.
내일 갑작스러운 인사발령 날 것이다 의 상세한 얘기를
너만 알고 있어 하고 듣게 되었다.
구조조정 얘기도 나왔었으니 조직개편은 당연한 수순이다.
구조조정으로 권고사직은 없는 거 같고 다만 조정으로 인한
자발적 퇴사를 시키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는 개편안은 본사의 지원조직에 대한 것이었고
그 외 다른 사업부는 모른다고 하는데 진짜 모르는 걸까 아니면 그거까지 말해주기엔
너무 파격적인 걸까...
다음 날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사발령 공고가 올라왔다.
왜 지난주에 본사 분위기가 침울했다는지 알 것 같다.
이 정도면 음......
한편으론 본사 지원 조직을 이렇게 해놔야 사업부의 인사발령에
다들 쉽게 불만을 얘기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침 회의시간에 팀장이 전달한 얘기는 지난달 본사에서 있었던 회의 때
인원 감축에 대해서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사무실 이사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신규로 대규모 인력을 채용해서 새로운 프로젝트 팀 신설.....
이걸 듣는 내내 생각한 건 우리가 그럴만한 돈이 있나....?
본사의 김차장에게 우리 가압류 걸리던 그때만큼 힘든가요? 하고 물은 적이 있다.
대답을 회피하는데 도가 튼 본사의 김차장은 그건 말할 수 없어요 에서
얼마전 그때보다 더 한것 같아요 라고 말을 바꿨다.
구조조정으로 퇴사하는 사람들한테 몇 달 치 급여를 한 번에 지급해야 한다는데
우리가 그럴 돈이 없을 텐데?
이사를 대로변 번듯한 사무실.... 뭐 문 닫기 전에 마지막 불꽃(이라 쓰고 발악이라 읽는다)인가?
지금 급여받는 것도 감사해야 해요 소리를 휴가 때 본사의 다른 직원에게 들었는데 신규채용?
회사의 사정은 내가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상황과 같아졌다.
입사 초기에는 아무것도 몰랐으니 이 모든 상황을 드라마 보듯 뭐야 다음 전개는 뭔데? 했지만
이제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다.
박팀장은 회사 아무 일 없다는 듯 핑크빛 까진 아니어도 그 비슷한 미래를 얘기하지만
그걸 믿기엔 이미 박팀장이 입사하기 전에 내가 이것과 똑같은 상황을 겪었다.
이제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일단 오픈해야겠다 맘먹은 순간...
박팀장이 신규 프로젝트팀을 위한 채용공고를 본인이 내겠다 선언했고 나는 이력서 공개할
마음을 일단은 접었다. 아니 그렇잖아요 채용사이트에서 팀장이 내 이력서 공개된 걸 보면
뭐라고 할지 모두 예상 가능한 일이잖아요? 이직할 곳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것은
대놓고 앞으로의 회사 생활에 셀프로 가시밭길을 깔고 있는 것.......
어차피 이직할 마음먹은 거 상관없지 않아요?라고 하기엔 이직 시장이 좋지 않은 요즘
이직에 실패하고 회사 문 닫는 날까지 남아있게 될 수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이건 비밀입니다. 제가 이직 준비를 하려는건 여러분만 아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