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우리 인력이 상주하고 있는 고객사에서
상주 인력의 10%를 줄여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했다.
KBS라는 별명을 가진 김 과장은 우리 팀에서
재직기간이 가장 길기 때문에 각종 듣는 소리가 많았는데
고객사 안에 있는 인력들 분위기가 매우 흉흉하다고 했다.
상주 인력의 10% 정도면 많아야 10명 남짓
그중 회사에서 얘기한 부장, 차장 줄이고... 에 그 10명은
거의 해당될 거 뻔하니 당연히 흉흉할 수밖에..
- 한 10명 가까이 되지 않아요?
하는 나의 질문에 김 과장은 그렇게 까지 정리는 어렵고
3~4명 정도에서 끝내지 않겠냐 했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심각했던지 고객사 안에 상주해 있는
우리 직원 중 부장만 15명.. 그중 10명은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3~4명을 예상한 김 과장과 10명을 예상한 나는 서로 당황했다.
어느 점심시간 상무님은
- 솔트 매니저가 아무래도 여사원이랑 일할 팔자가 아닌가보다
A매니저도 퇴사하고... 어떻게 저 안에 있는 최부장 불러다 줄까?
하고 웃으시길래
- 최부장님 무서워요 싫어요
하고 웃으며 답했는데 설마 나와야 하는 10명의 부장 중에 최부장이 있나..?
최부장은 일명 센 언니였고 그쪽 부서의 회식에 처음 인사하러 갔을 때
의도적으로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었다. 그래서 1차가 끝날 때까지 병풍으로
앉아있다가 온 적이 있는데 그게 나한테 뭐가 그리 좋은 기억이라고...
기분은 나빴지만 티는 안내려고 했고 그 이후 누가 최부장 얘기하면 그 분 무서웠어요 하고 넘겼다.
최부장이 그때 처음 본 나를 의도적으로 투명인간 취급한 이유는 단 하나.
상무님과 같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최부장과 상무님은 서로를 극혐 하는 사이였고
박팀장이야 이미 상무님이랑 세트라고 소문이 다 나있지만
아마 나한테도 말 잘못하면 바로 상무님한테 말이 들어갈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같은 사무실에 있다 뿐이지 나는 상무님이랑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안 할 때가
더 많은데 그걸 뭐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알리가 없고
그렇다고 내가 나서서 저는 상무님과 안 친합니다. 말 한마디 안 할 때도 많아요! 하고
외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저 안에 있는 사람들 생각은 다를 수 있으니 오해하는 거 이해한다.
각 부서에서는 인력이 추려진 모양인지 곧 인사 관련 결재가 올라올 거라고 했다.
우리 팀은.... 나와야 하는 10명의 부장이 일단 영업팀으로 발령 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인 모양이다. 10명 다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오긴 올 것이다.
영업이 회사의 꽃이라고 하지만 다른 부서 사람들에겐 마지못해 떠밀려오는
마지막 종착지 같은 느낌일 수도 있겠지. 애초에 영업으로 입사한 사람과
떠밀려 온 사람의 느낌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
회사의 계절은 겨울이다.
이직시장도 춥고 회사 사정도 춥고 그저 춥다.
일단 있는 동안은 잘 버텨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