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퇴근 무렵.
박팀장이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 다음 주부터는 밥 먹을 수 있네?
순간 활짝 웃는 박팀장 얼굴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드디어 밥 메이트를 구하기 위해 고심하지 않아도 되고
혼밥을 안해도 된다는 기쁨이 묻어있는 표정이 그렇게 무서울줄은...
와 저걸 세고 있었어 저 혼밥 못하는 인간 진짜....
하는 나의 속마음은 감추고
- 네 그러게요 하하
그리고 그때 나는 올해 안에 튀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사람이 싫은 건 어떻게 버텨야 하는 걸까.
연봉, 출퇴근 거리, 사람 셋 중 두 개만 괜찮으면 버티라지만
매일 보는 사람이 이렇게 싫은데 이거 괜찮아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드는 생각이 도망쳐야 하는데..인데 이거 괜찮은 건가..
11월에 사무실 이사 가고 나면 출퇴근 거리도 문제인데....
이동수는 사무실 이동이 아니라 나의 이직이 되어야 해!!
A매니저와 김 과장과 함께 박팀장을 피해 셋이 점심을 먹은 적이 있었다.
그때 A매니저와 김 과장은 나를 두고 천사, 솔트마리아, 부처님, 세인트 솔트...
암튼 온갖 성인의 이름이 다 끌려 나왔는데(아니에요 저는 그렇게 훌륭하지 못해요)
듣고 있던 나는
- 아냐.. 그러려면 모두를 사랑으로 감싸 안아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해요 나 박팀장 싫어하잖아
그 순간 둘이 눈이 커지고 3초간 말이 없었는데 순간 나는
아 나만 싫어하는 거였나? 괜히 말했나? 저 두 사람도 박팀장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
하고 각종 생각이 짧은 시간 동안 뭉게구름처럼 피어났다.
- 아니 매니저님! 얼마나 더 사랑으로 감싸 안아요!!
먼저 침묵을 깬 건 김 과장이었다.
- 이 정도면 진짜 부처님이에요 진짜... 오부장이랑 박팀장 대할 때 보면..
저는 그렇게 못해요 그리고 매니저님이 그렇게 싫은 내색 안 하고
잘 대해주니까 아무도 안 받아주는 오부장이랑 박팀장이 매니저님한테만 기대잖아요
아... 그게 문제였구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내 감정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뭐 싫어도 좋아도 내 감정은 내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했고
기분이 태도가 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나의 기분 나쁨과 짜증이 다른 이로 하여금
한 번이라도 눈치 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맞을 것이다.
다른 이에게 싫은 소리... 잘 못한다.
고등학교 때였나 중학교 때였나... 같은 반 친구가 잘난 척하며 얘기한 어떤 건은
틀린 게 매우 많았고 조심스럽게 근데 그거 틀린 거 같은데.... 하고 정정해 주자
돌아오는 말은 너 말 되게 기분 나쁘게 한다였다.
그게 내 말투의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틀린 걸 지적받은 그 친구 기분상해죄인걸
지금은 안다. 그땐 그걸 몰라서 꽤 오랜 시간 동안 그 말이 가슴에 남아
최대한 상대방 기분이 나쁘지 않게 얘기하려고 노력했고 결국 남에게 싫은 소리는
그냥 안 하고 마는 어른이 돼버렸다. 말이 그러하다 보니 행동 또한 그렇게 되었는데
매일 보는 사람들과 사이 나빠서 좋을 것은 없다는 생각으로 행동한 것이
결국 우리 팀 모두가 싫어하는 빌런들의 기댈 곳이 되었다.
근데 말이 좋아 기댈 곳이지... 결국 만만한 호구의 마음씨를 가졌다는 건데...
빌런들의 기댈 곳이 사라지면 어떻게 되는 걸까?
사람들은 착한 사람을 좋아하지만 앞에 만만한... 이 붙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니 뭐 제가 착하단 건 아니고요 저는 만만한 호구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만만한 호구는 도망치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의 목표는 이직이니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