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이런 경우들이 있다.
이상하게 일이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그리고 그렇게 독박을 쓴 사람은 체념한 표정 혹은 해탈한 표정으로
꾸역꾸역 그 일들을 해낸다. 어떻게든 끝은 낸다.
보통 그런 일들은 티가 나지 않는데 또 안 하면 티가 나는 그런 일들이다.
그래서 부지런히 열심히 움직여서 해내지만 그냥 기본 같은 그런 느낌.
하지만 안 하면 빈 곳이 확 눈에 띄는 그런 느낌........
여기 그런 일을 떠맡은 김솔트가 있다.
사무실 이전을 앞두고 공지메일엔 거창하게 TFT를 구성하여...라고
적힌 걸 보고 아... 저거 나는 100%네 토요일 출근하면 대휴 주나..? 하고
강 건너 불구경까진 아니어도 조금 뭐랄까... 다가오는 불덩이를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 저 불 가까이 오면 꺼야겠네 뭐 이런 마음?
하지만 그 불덩이는 곧 오직 나만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란 걸 깨닫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TFT를 구성한다더니 그로부터 일주일 후 공지메일에는
' 이사전반 관련은 김솔트 매니저가 전담하여....'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저것은 나의 이름.
앞 구르기를 하고 다시 봐도 저것은 나의 이름.
하... 이직 마음먹은 거 그냥 이참에 사표 내버려?
이사 너네끼리 하라고 다 팽개치고 도망 가?
미친놈들인가 이걸 왜 나보고 혼자 다 하래!!!!
..... 성격이 팔자라더니 나는 그럴 위인이 못된다.
어디 모임에 가면 이상하게 항상 내가 총무를 맡게 되고
한참 그림 그리러 다니던 시절에 같은 수강생들의 공구도 내가 총대 였다.
왜지...?제가 그렇게 잘 할거 같았을까요?
뭐 어쨌든 내 앞에 떨어진 이 불덩이를 나는 온 힘을 다해 꺼야 했다.
내 이름표 달고 온 불덩이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다.
이삿짐 센터를 찾는 것으로 시작된 저 이사 준비는 혼자 열심히
각종 견적을 받아가며 하고 있다.
견적을 위해 방문한 업체 사장님들과 명함을 교환하다 보니 입사한 이후
요 며칠 동안 명함을 가장 많이 사용했다.
이렇게 이사준비를 해서 이사를 무사히 하고 새 사무실에서 바로 업무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까지 나는 마음을 놓을 수도 없고 만에 하나 뭐라도 빠지면 큰일이다.
이 모든 일들은 당연하고 기본인 일이나 내가 뭐 하나 놓치면 바로 티가 난다.
오래전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광고 카피를 보고 즐길 수 없으면 피해야지 했는데
그냥 깨지는 게 낫지 외면은 잘 안된다. 외면을 하고 살았으면 좀 덜 피곤했을텐데...
하지만 너덜너덜 해질 거 같으면 피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