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잃어버린 정신을 찾아서

by 핑크솔트


갑자기 박팀장이 물었다.


- 솔트씨 프리랜서 고구마(가명)씨 출입신청은 어떻게 됐어?


순간 싸늘하게 한기가 느껴졌다. 왜냐하면 내가 서류를 만든 기억도 없고

고객사 담당자한테 메일을 보낸 기억은 더더욱 없다. 야... 이거 큰일 났는데...?


- 확인해 보겠습니다


일단 내 메일을 뒤진다. 역시 메일을 보낸 흔적이 없다.

피가 싹 식는 느낌이 든다. 월요일부터 프리랜서의 출근이 걸린 문제다.

(이 글은 금요일 퇴근 전에 작성되었다)

아니... 당장의 내 목숨이 걸린 문제다. 이거 신청 안 됐다고 하면

나는 목 잡고 짤짤 흔들려도 할 말이 없다.

제일 구석진 회의실에 숨어 반차낸 김 과장한테 전화를 했다.

상황을 설명하니


- 엥? 매니저님이 나한테 서류 줘서 내가 보냈잖아요


어...? 이건 또 뭐야?? 재빨리 자리로 뛰어 와서 카톡 파일함을 뒤진다.

그렇다. 나는 서류 꾸며서 김 과장을 줬다. 김 과장이 직접 고객에게 보내겠다고 했었다.

그러니 내가 고객한테 보낸 메일은 당연히 없지.


정신.png 저 멀리 어디론가 날아가는 직장인의 정신... 과연 그것은 어디로 가는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이런저런 업무에 치이다 보면 아 맞다! 하고 생각날 때도 있고

상사가 혹은 동료가 그거 어떻게 됐어? 하고 물을 때도 있고 그때마다 몸에 피가 싹 빠져나가는 느낌...

내가 이걸 했던가? 안 했나?! 설마?!!!!

만약 했는데 기억이 안 난 거면 다행이다. 그때의 나에게 고마워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진짜 그때부턴 수습하기 위해 분주해진다. 수습이 다 될 때까지도 안심할 수 없고

왜 그랬는지 과거의 나에게 묻고 싶을 지경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해결은 어떤 식이든 된다. 가끔 안되는 거 있던데요? 하면 사안에 따라서 안되는 것도 있긴 있더라고요.


모든 걸 기억할 수 없으니 방법은 체크리스트 작성해서 체크해 가며 하면 실수는 줄일 수 있지만

간혹 진짜 그것조차 적을 시간이 없는 날도 있다.

요즘의 내가 그렇다. 사무실 이사를 전적으로 떠맡아서 본래의 업무와 이사준비를 하다 보니 하루에

하는 통화도 여러 건, 회의도 여러 건... 이러다 보면 진짜 화장실 갈 시간조차 잘 안 난다.

그러니 김 과장한테 서류 전달하고도 기억이 안 나지....(아니 만든 것부터 기억이 안 났다)


김 과장도 순간적으로 나의 전화에 철렁했었던지 메일을 뒤져서 보낸 내역을 토스해 줬다.

하... 어쨌든 목숨은 건졌고 나는 나의 잃어버린 정신을 주말 동안 쉬면서 찾아야 한다.

근데 어디서 찾죠...? 애초에 찾을 수 있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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