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고용불안정은 사람을.....

by 핑크솔트

아침부터 박팀장이 뭔가 급히 우리를 소집했다.

그리고 하는 말은


- 아니 내가 아침 6시 반에 무슨 전화를 받았는지 아나? 프리랜서 홍길동(가명) 있잖아...


그분은 아침 6시 반에 박팀장에게 전화해서 대뜸 화부터 냈다고 했다.

자기가 파산 직전이며 다음 프로젝트 내놓으라고 왜 안주냐고...

박팀장은 박팀장대로 어이가 없었는데 우리 직원이 플젝 왜 안주냐고 따지면 할 말이라도 있지.

계약이 종료된 프리랜서가 일거리 왜 안주냐고 아침부터 고함을 치니 이건 뭐야 싶었지만

꾹 참고 우리가 입사를 권유했었지만 돈 때문에 프리 선택을 한건 그쪽이다

그리고 우리가 다음 프로젝트를 제공할 의무가 있느냐고 했다니 그쪽은 또 할 말이 없었을 거다.


프리랜서가 고용이 안정적이진 않지만 돈은 회사 소속된 월급쟁이 보다 많이 받는다.

하지만 회사 소속 개발자는 당장 플젝을 들어가지 않아도 심지어 3개월을 플젝을 못해도 월급이 보장되지만

프리랜서는 고용이 불안정하니 꾸준한 수입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분도 가장이고 당장의 프로젝트가 없으니 쉰 지 2주 정도 된 상황인데 얼마나 다급하면

아침 6시 반부터 전화해서 플젝 내놓으라고 고함을 쳤을까 싶긴 하다.

고용불안정이 이렇게 무섭습니다...(근데 왜 우리 회사에...?)

내가 계약직이던 때 어느 팀장님이 정규직 돼서 어때? 근데 처우에 별 차이가 없잖아? 하시길래

고용 불안정이 해소가 되잖아요라고 대답했고 팀장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내가 어디에 소속이 되어 꾸준한 수입이 발생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다들 계약직보다 정규직을 선호하게 되는 건 당연한 일.


아침부터 전화해서 따진 프리랜서는 2년 전 프로젝트 시작할 때

우리 사무실에 자리 한 칸을 내줬고 그분은 우리 중 누구와도 섞이지 않고 묵묵히 일만 했다.

그렇게 최초 개발부터 고도화까지 갔던 프로젝트는 고객사의 사정으로 내년으로 보류되었다.

자연히 그분도 일감이 사라지는 상황이었는데

프로젝트 종료 2주 전 박팀장을 찾아가 저 다 할 수 있다. 이거 저거 다 할 수 있다.

다른 거 있으면 언제든 연락 달라고 했었고 박팀장도 알겠다 했는데

문제는 올해가 두 달 남은 시점... 일거리가 잘 생기지 않을 때 긴 하다.


박팀장은 우리에게 전화받은 얘길 하며 프로젝트 뭐 없나? 하고 물었고 김 과장은

두 달짜리가 있긴 있는데.... 해서 결국 그 프리랜서에게 두 달짜리 플젝을 소개하기로 했다.

박팀장은 아침에 그 전화로 기분이 나빴지만 그래도 한 사람을 살리려는 거 보면 사람은 참 입체적이다.

다른 프로젝트를 제공할 의무는 없고 계약이 종료되었으니 그걸로 끝난 관계인데도 말이다.

나한테는 빌런이지만 누군가에겐 동아줄을 내려주려고 노력하는 좋은 사람일 수도.....


결국 박팀장은 두 달짜리 있는데 하겠냐고 프리랜서에게 전화를 했고

그분은 네네!!! 제발 주세요 저 다 할 수 있어요!! 를 외쳤다.

박팀장은 오늘 고객사 같이 가서 인터뷰 볼 건데 저한테 하듯 거기서 그러면 안 됩니다 하고

다짐을 받았고 그분은 아유 그럼요!! 아침엔 죄송했습니다 하고 사과를 하고 그럭저럭 마무리..


오늘 오후 그분의 인터뷰가 잘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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