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별거 없다 그냥 하면 돼

by 핑크솔트

회사에서 다짜고짜 일을 던지는 쪽에서 하는 말은 늘 똑같다.


- 별거 없어 그냥 하면 돼


아니 뭐 정해놨어? 어디 메뉴얼이 있나?

왜 일을 던지는 쪽 멘트는 다 똑같죠?


계약직이던 시절...

그 무렵의 박팀장은 두서없이 이거 저거 자료를 던지며 말했다.


- 별거 없어 그냥 하면 돼


그렇게 별거 없는 줄 알고 받았던 일은 오래된 플젝의 미수금을 받아내는 일이었고

그때 그걸 해결하느라 내가 박박 갈려나가는 걸 다 지켜본 몇몇 사람들은 말했다.

김솔트가 박팀장 한대 쳐도 합법이라고....

왜냐면 그건 박팀장이 회사 입사 직후 받은 일이었으나 차일피일 미루더니

팀장 승진과 동시에 나에게 미뤘기 때문이다.

전임자들이 마무리 짓지 않고 퇴사한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떠안아서 하는건 쉽지 않았다.

아무 정보도 없이 해대느라 어찌나 고생했던지 오죽하면 김 과장이 옆에서 보다 못해

퇴사한 전임자를 연결해 줘서 만나러 간 적도 있다.

그때 내가 든 생각은 재계약은 회사가 아니라 내가 고민해야 될 것 같은데...? 였고

매일 박박 갈리다 못해 이 플젝만 마무리하면 도망가야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왜냐면.. 똑같은 게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도망을 못 갔네...?


이 회사 최고의 호구 김솔트...

그때 도망치지 않은 벌을(?) 곧 받을 예정이다.

똑같은 게 하나 더 있었던 프로젝트는 상대회사가 나중에 하시죠 라는 말을 남기고

잠수를 타버려 박팀장이 극대노한 적이 있었는데 그렇게 미뤄진 게 2년째다.

올해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하고야 말겠다는 박팀장의 의지가 불타고 있는데

당연하다. 그 프로젝트는 나도 박팀장도 입사하기 전인 2020년에 수주했고

아직 마무리를 못했으며 미수금이 2억이다. 올해 실적이 안나오는데 저 2억을

회수할 경우 그래도 여태 아무도 해결 못한거 해결했다고 미수금 2억 회수했다고

경영회의에서 박팀장이 할 말이 생기기 때문이다. 갈리기는 김솔트가 갈리고

칭찬은 박팀장이 받는 뭐...그런 상황이 오겠죠?

그리고 이번에도 박팀장이 일거리를 던지며 하는 말은.....


- 별거 없다 그냥 하면 된다


별거 아닌 거 아닌 거 같은데? 알아볼 거 많은 거 뻔히 아는데?!

김 과장도 같이 해요 같이 하면 돼요 하고 말했지만

같이는 무슨........ 너도 별거 없죠? 이 한마디 남기고 외근 나갈 거잖아....


한번 해봤기 때문에 안다. 저것은... 그냥 하면 되기야 되는데 대신에 저거 말고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일이 많아 진다.

이렇게 갈리다보면 경험치는 확실히 늘어난다. 그것은 다음에 어떤 일이 닥쳐도

의연하게 아 그거...할 수도 있고 어떤 일이 닥쳤을때 그간 쌓인 경험치로 금방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그렇지만 갈리는 동안 괴로운건 확실하다.


당시의 담당자들은 전부 퇴사했으며 당시의 사업자는 폐업상태고

따라서 얼마 남지 않은 몇 개의 파일들로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게다가 상대회사가 또 나중에 하시죠 하고 잠수 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안 그래도 2억이 어디서 나오냐고 한번 잠수 타려고 하는 걸 간신히 잡았다)

나는 혹시 전생에 역적이었을까...?그렇지 않고서는 이럴리가 없는데...?


하지만 직장인 여러분...우리는 알잖아요...

해결 안되는 일은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어떻게든 해결되죠.

이번에도 어떻게든 되겠죠. 그냥 하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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