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박팀장이 챙긴다

by 핑크솔트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재주는 내가 넘어서 성공시켰는데 왜 내 이름은 없어...?

내 이름 대신 왕서방 이름이 떡하니 올라가 있는

모든 수고는 왕서방이 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런 상황.


사무실 이사를 무사히 마쳤다..

김솔트 전담으로 시작한 이사는 마침 플젝을 마치고

복귀한 김 차장이 함께 하는 것으로 변경되어 김 차장과 나는

이사를 마치고도 일주일은 바빴다.

이사 준비기간 동안 그리고 이사 당일날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녁만 되면 손을 떨었다.

이렇게 무사히 끝냈으면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뭐 물론 다들 조금씩 도와주기도 했지만 제일 고생한 건

나와 김 차장이다. 그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러 나.....

그랬으면 저 제목이 안 나왔겠죠!!!


이사를 하고 며칠이 지나 개소식을 하겠다고 상무님이 선언하셨고

그 덕분에 또 그 준비는 또 내가 해야 했다.

이것만 하면 이사는 진짜 끝이네 2년 뒤에는 그냥 여기 연장하자고 해야지

두 번은 못하겠다.... 이러면서 준비를 했고 본사에서도 대표이사 및

임원이 내려오고 경영지원 팀장님이 내려오고 여기 사이트에 있는 팀장들도

모두 오고 그렇게 개소식이 진행되었다.

무사히 개소식도 마치고 다 같이 둘러앉아 차려진 음식을 먹는데(이것도 내가 차림!!)

상무님이 거기서 박팀장이 제일 수고 많았다. 제일 고생했다 하시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박팀장을 쳐다봤다.

야... 너 왜 뿌듯한 표정으로 앉아있냐???!!!!


아니 이사 전반의 모든 고생은 나와 김 차장이 했는데... 박팀장 너 뭐 했는데??

나도 김 차장도 생색을 내겠다는 게 아니다.

그냥 고생했다 이 한마디면 김 차장도 나도 이 회사 최고의 호구들이기 때문에

그걸로 됐다고 생각할 사람들이었다.

근데 이러면 문제가 다르지....

상무님은 연신 대표이사와 본사에서 온 사람들에게 박팀장이 정말 고생했다 제일 수고했다고 했고

박팀장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혼자 뿌듯해하며


- 김솔트 매니저 이거 음식 조금 따로 덜어서 주차장 관리 아저씨 좀 드리세요


- 이야 역시 박팀장이 잘해 주차 관리 아저씨도 챙기고...


이사 전반을 나한테 맡긴 사람 = 상무님

상무님이 지금 칭찬하는 사람 = 박팀장

박팀장이 이사준비 때 한 거 = 없음


혹자는 이걸 두고 너네 팀장을 칭찬하는 것이 곧 너를 칭찬하는 것이며....

아니라고!!!

여러분 칭찬은 고생한 당사자에게 하는 겁니다. 재주넘은 곰한테 칭찬을 해줘야 그 곰도 계속 호구를 하죠.

왕서방이 훈련시켜서 곰이 재주를 넘게 되었으니 왕서방이 칭찬받아야... 는 무슨...

그건 진짜 나를 박팀장이 키웠으면 할 말이 없는데 그것도 아니다.

차라리 퇴사한 강이사를 두고 그랬으면 내가 수긍이라도 하지....

강이사였으면 아니라고 김솔트랑 김 차장이 고생 많았다 할 사람이었다.

박팀장처럼 저렇게 지가 뿌듯한 얼굴로 앉아있는 게 아니라....


20대 때 8년 가까이 한 회사를 다닐 때도 뭐 비슷하게 고생은 내가 했는데 내 이름 대신

왕서방 이름이 올라간 일들이 있었고 그 뒤로 나는 환멸이 나서 인사고과를 B 맞을 정도로만

회사 생활을 했었다. 모르면 모를까 알게 된 이후엔 전처럼 그럴 수 없었다.

왕서방은 나한테 너는 그동안 120%를 하던 애가 왜 요즘 100%만 하려고 하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여러분!!

120% 150% 쭉쭉 뽑아내던 호구가 갑자기 80~100%밖에 안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그 호구가 바라는 거? 많은 게 아니에요.

고생했다 하고 말 한마디 해주는 거 그게 다인데 그것마저 안 하고 어떻게 곰을 재주넘게 시키겠단 거예요?

곰이 재주 안 넘으면 왕서방은 무슨 수로 돈을 벌죠?

너 말고도 곰은 많다고 하면 그 말도 맞다. 그러나 새로 들어오는 곰이 착실한 호구일 가능성은?

착실한 호구가 아니라 왕서방 찢는 곰이 들어오면 다 같이 망하는 거지 뭐.


그래서 착실한 호구였던 나는 이번일로 굳이 퇴근해서 손 떨 만큼 열과 성을 다하지 않기로 했다.

성격이 팔자라 대충 하는 건 또 잘 안될 것이다. 하지만 이전과 같은 마음으로 뭘 하진 않을 것이다.

한번 흑화 된 호구는 전과 같을 수 없다. 그걸 다들 모르더라고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회사원 일기 - 별거 없다 그냥 하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