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마음의 소리

by 핑크솔트

회사에서 자꾸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나온다는 건 뭔가 위험신호다.

이런 경우 아무 눈치도 이제 안 보겠다는... 이게 누구 귀에 들어가든

상관없다는 될 대로 돼라 하는 체념 혹은 환멸.

아니면 이직을 위한 신호일 수도.....

신중한 성격의 사람이 그렇다면 그것은 더욱 주의해서 봐야 할 일...


팀장님들 중 모두가 따르고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분이 있다.

투덜이 김 과장마저도 그 팀장님은 최고죠 싫어하는 사람 아무도 없고 실력도 좋고

진짜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하는 분....

회사에서도 인정하는 능력자인 기술팀장.

대형 거래처와 프로젝트 시작해야 할 때 박팀장이 잽싸게 광을 팔만한 사람이긴 했다.

우리 기술팀장이 있는데 완전 전문가다!!라는 말이 허언이 아닌 능력자.

팀장들 중 만약 실력으로만 임원 승진한다면 저분이 1등으로 할 것이다.


어느 추웠던 날이었는데 아침 출근길에 주차장에서 그 팀장님을 마주쳤다.

사이트가 달라 일이 있어야 오시는데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지 싶어서

인사를 드린 뒤 어쩐 일이세요? 하고 물었다.


- 아.. 박팀장이 같이 출장 가자고 그래서...


아 저런.... 먼 길 가셔야 되겠네..

내가 운전 오래 하셔야 할 텐데 힘드시겠어요라고 하자

팀장님은 갑자기 랩을 하셨다.


- 바빠죽겠는데 지나 가지 나는 할 일도 많고 엄청 바쁜데 이걸 왜 같이 가자고 그래서...


순간 쇼미 더 머니인 줄... 듣던 나는 까르르 웃었는데 그게 사무실 안에서 들렸는지

박팀장이 왜 왜 뭔데 왜 둘이 웃으면서 와? 하고 묻길래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고 넘겼다.

하긴 그 출장 가기 싫지.. 왕복 8시간 운전이 쉽나...


그리고 시간이 흘러 흘러 얼마 전...

팀장들이 소집된 회의 중간에 담배 타임이 생겼고 다들 우르르 나가는데 그 팀장님만

안 가시고 서성거리셨다.


- 팀장님은 담배 안 태우셔서 안 가시는 거예요?


하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 하..... 저기 끼기가 싫어....


이때는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저 팀장님은 내가 상무님과 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있는 걸 안다. 내가 상무님이나 박팀장에게 말을 흘릴 가능성이 충분하고

위험 부담이 큰데....? 저분 성격에 그걸 계산 안 했을까?

아니면 내가 절대 말을 전하지 않을 거라고 믿거나 혹은 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셨을지도 모르겠다.


- 그래도... 가긴 가야겠지?


그 한마디를 남기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 사이로 끼기 위해 나가셨다.


회사생활이란 하기 싫어도 해야 하고 싫어하는 사람과도 웃는 얼굴로 대화해야 하고

아무튼 근무시간 동안은 이성의 힘으로 감정을 누르고 지낸다.

그러나 그게 어느 순간 밖으로 표출되면 그땐 눈여겨봐야 한다.

평소에 잘 투덜대는 투덜이 스머프 말고요 안 그러던 사람이 그러면 잘 봐야 한다.

회사에서 놓치면 안 되는 사람인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마음의 소리 표출은 내가 듣는데서만 하신 게 아니었던지

이번 조직개편 때 영전하시면서 소속이 아예 바뀌었다.

상무님 손이 닿지 않는 사업부로 변경되었고 그분은 이제 그분 뜻대로

조직을 잘 끌어가실 수 있게 되었다.

박팀장 입장에서는 이제 그분으로 광을 팔 수 없어서

아쉽긴 할 수도.... 이제 적어도 박팀장 마음대로 프로젝트 참여인원에

이름부터 올려놓고 고객사에 제안서 전달한 뒤 그분께 통보하진 않을 테니

그 팀장님 입장에서는 더 잘 된 일이다.(같은 팀장인데 통보가 웬말이야.....)

새해에는 부디 새 사업부에서 본인 원하는 일 마음껏 하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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