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밥그릇 전쟁

by 핑크솔트

지난주 강대리의 전화 한 통으로 전의가 불타 올랐었다.

강대리가 사무실에서 울었단 얘긴 들었었고 마침 상무님이 강대리 쪽에

가신다고 했을때 상무님 붙들고 울었다 소문나기만 해 봐 울어서 될 거 같으면

까짓 거 나도 상무님 방에 바로 뛰어가서 통곡하면 되지 뭐! 라며

눈물이 안 나오면 인공눈물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나는 우는 캐릭터가 아니다.


내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이 밥그릇 싸움을 관전하던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으며 나의 빡침이 누군가의 입을 타고 강대리 부서에 있는 사람에게

전달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 화도 마음대로 못 내겠다.

뭐 어쩌겠는가 나 아닌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는데서 화냈으면 그게 어딘가로 퍼질 수도 있다는 걸

생각 못한 내 불찰이 크다.


관전하는 사람들한테 먹잇감을 던져줄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은 이게 전부 남일이라 팝콘 뜯고 있는데 당사자인 내가 나서서 굳이...

하는 생각이 들자 현타가 왔다.

처음엔 뺏기지 않으려고 했던 게 그렇게 욕심나면 그냥 너 다 해라 하고 줘버릴까 싶기도 했다.

그냥 내가 좀 더 성숙한 태도를 취했어야 했을까 싶고 물론 그 당시에는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했지만 내 입 밖으로 나간 그 말이 퍼질 각오도 했어야 했다.

그걸 생각 안 한 건 내 실수지..

뭐 어쩌겠는가... 왜 그렇게 경솔했냐고 불려 가면 그것 또한 내 잘못.

강대리 입장에서는 자긴 그런 뜻 아니었다 잡아떼면 내가 오해한 사람이 되는 거고 나는 뭐... 굳이

핑계를 찾자면 연초에 정리 다 된 일을 본인이 한다고 그러니 당황스러웠다라고 하면 되겠지만

구차하다 구차해... 점점 현타가 밀려왔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그냥 강대리 너 다 해라 싶어졌다.


강대리 부서에서 난 소문으로는 강대리 피셜로 팀장이 너 하던 일 내려놓고 다른 거 배워라 했다는데

상무님이 그냥 계속하랬다! 나는 계속할 거다 했다는데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다고 했다.

그게 사실이면 고객사에서 넘어올 사람을 안 받던지 혹은 그 사람이 우리 회사 안 온다고 했던지

그것도 아니면 강대리는 지켜주고 나는 위협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어떻게 되는 걸까? 이대로 3월까지 기다려야 알 수 있는 일인 건가...


강대리한테 전화가 왔다.


- 매니저님 강대린데요....

- 네 안녕하세요


머뭇거리던 강대리가 입을 뗐다.


- 저번에 말씀드린 거 재무팀에서 매니저님 담당이니까 저는 하지 말라더라고요 그냥 계속 하심 될 거 같아요

- 아 네


초반엔 분명 강대리를 이해하고 싶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가라앉자 너도 힘들겠지 싶었다.

뺏어서 불안정한걸 채우고 싶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글쎄...뺏는데 성공했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내가 너도 힘들겠지 하는게 아니라 다시금 전의를 불태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이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저 고객사에서 넘어올 사람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았다.

안 온다면 그냥 이렇게 해프닝으로 끝나는 거고 온다고 그러면 다시 혼란한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나도 강대리도 무슨 힘이 있을까... 그냥 장기판의 말처럼 위에서 정한 대로 이리저리 밀려다닐 수밖에.

이것과 관련하여 어떤 일로 또 화가 날 수도 있지만 다음번에는 화를 공개적으로 표출하지 않기로 했다.

무님 방에 가서 울지도 않을 것이다. 울거나 화내지 않아도 나는 나를 지켜낼 수 있다.

3월이 되면 이 상황도 정리가 될 것이다.

새 잎 돋을때면 나도 강대리도 평온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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