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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Apr 29. 2024

연민으로 인한 선한 마음

곱게 곱게

어릴 때부터 동정심이 많았던 걸까 마음이 약했던 걸까. 얘는 이래서 불쌍하고 쟤는 저래서 가엽고, 공부를 잘 못하는 친구는 잘하고 싶을 텐데 성적이 안 나와 속상할 것 같아 안쓰럽인기가 없는 친구소외되는 마음이 아플 것 같아 측은했다. 그렇다고 내가 과거에 공부를 월등히 잘했다거나 인싸였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그들 각자의 상황이 너무 이해되어  심정나도 모르게 공감하고 있던, 그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 아이들은 성적이 나와도 별로 개의치 고 인기가 없어도 상관없었을 있다. 개인의 오지랖일 수 있지만 난 그렇게 안타까운 상황이 항상 마음 쓰이며 걱정됐고 어서 그 일이 해결되기를 바랐다.





딸아이는 급식을 열심히 먹는다. 워낙 입맛이 없는 아이라 양도 적고 속도도 반에서 가장 느린데 매번 밥을 남기지 않고 다 먹고 온다. 친구들은 급식이 맛없다며 국과 반찬을 받을 때부터 이미 조금만 달라고 배식 담당자분께 이야기를 하고, 그나마도 몇 숟갈 뜨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통에 와르르 쏟아 버린다고 한다. 빨리 먹고, 혹은 빨리 버리고 급식실에서 사라지는 아이들 속에 아이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밥을 싹싹 다 먹고 나온다. 사실 내가 그 나이라면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나면 불안한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이고 심장도 쿵쿵 요동칠 것 같은데 흔들리지 않는 아이의 행동이 참 신기하고 어떤 연유일지 궁금했다. 나도  대충 먹 친구들이랑 빨리 어울려 놀고 싶지 덩그러니 급식실에 남아 끝까지 밥을 먹고 나올 뚝심은 없으니 말이다.


어제저녁 아이 학원이 끝나고 남편과 셋이 외식을 했다. 된장찌개 정식 2개와 어린이 외상 1개를 주문했는데 서버의 착오로 어린이 대신 성인 외상이 나왔다. 가뜩이나 식사량적은 아이라 어린이외상도 충분할 텐데 이거 큰일 났다 싶었다. 다행히 오늘은 신랑이 있어서 아이가 다 먹지 못하는 반찬들을 대신 먹어줄 수 있지만 둘이 먹는 날 이런 일이 생겼으면 당황했을 것 같다. 때마침 우리 가족이 마지막 손님이라 어린이외상으로 교체해 새로 상을 내올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그대로 식사는 하되, 어린이 외상 가격으로 계산해 주시겠다는 배려도 받았다. 

우리 부부는 식사를 모두 마쳤고 이후 15분이 지났지만 아이의 밥은 1/3 정도 남은 상태였다. 15분 정도를 더 기다려주다가 영업 마감시간이 다 되어 자리를 나섰다. 아이가 나를 바삐 뒤따라 나오면서 하는 말이 재밌다.

"엄마, 나 남은 전 입에 다 넣고 나왔어."

"엥? 그걸 한입에 다 넣었다고? 왜?"

"응 남기는 게 너무 아까워서."

"그래, 음식을 남기면 환경이 오염되지."

"어, 그리고 음식 만든 요리사가 너무 불쌍해. 우릴 위해 열심히 준비했는남은 음식 보면 슬플 거 아냐. 그리고 버리는 음식들이 난 너무 아까워. 그래서 급식도 느리게 먹긴 하지만 끝까지 남아서 다 먹고 가거든."


그랬구나. 급식을 먹고 간 이유가 음식이 너무 아깝고, 조리사분이 본인이 남긴 음식을 보고 실망하실  같아 미안해서 그랬던 거였구나. 의 이야기를 들으니 아이의 꼬꼬마시절에 이런 을 했던 기억이 났다.


"시아야, 저기에 쓰레기가 마구 떨어져 있네? 지구가 많이 아플 텐데 저렇게 아무 데나 버리면 안 되는데, 그렇지?"

"시아야, 꽃이 아야 하니까 꺾으면 안 되고 땅에 떨어져 있는 꽃들만 주워오세요."

"아이고... 버려진 강아지들이 이렇게 더러운 곳에서 씻지도 못하고 밥도 잘 못 먹고 너무 가엽게 지내네."

이런 이야기들을 어린 시아에게 전하며 나도 모르게 F감성을 키워주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아이는 사소한 일에도 불쌍하다말을 자주 했고,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딸의 따스한 측은지심이 기특하게 느껴졌다.


"매일 집에만 있는 밀크가 불쌍해."

"엄마, 길고양이가 배고픈가 봐. 불쌍한데 먹을 것 좀 갖다 줄까?"

"아이가 엄마한테 계속 혼나는 것 같아 너무 불쌍해."

아이의 '불쌍해'란 말에는 정말 불쌍하다는 의미도 있지만 너머에 굉장히 포괄적인 개념들이 담겨 있다. 잘해주고 도와주고 챙겨주고 배려하고 싶은, 상대에 대한 연민과 존중의 마음이 기본으로 깔린 감정들 말이다. 이런 마음씨로 상대에게 뾰족한 말을 해 상처 주는 일이 가능하겠는가. 내 거친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다가갈지 가슴이 먼저 고 있는데 어찌 함부로 말을 내뱉어 다른 이를 아프게 할 수  있을까. 역지사지는 글로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보고 느낀 것들을 마음에 담고 잘 영글게 해야 가능한 것임을 아이를 보며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상대에 대한 연민은 그를 나보다 못하다 여기어 그저 가엽고 딱하게 바라보는 수동적인 마음이 아니다. 그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으로 한걸음 다가가 손을 잡아줄 수 있는, 햇볕처럼 따사로운 감정이다.


부모에 대한 연민

자식에 대한 연민

소외되고 어려운 이들에 대한 연민

학대당하는 동물과 아이들에 대한 연민

꺾이고 부러진 꽃과 나뭇가지에 대한 연민


이외에도 수많은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으로 눈빛 하나, 말 한마디도 곱게 필터링하여 상대를 귀하게 대하고 싶다. 매일 아름다운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어도 그런 세상을 우리 가족부터 만들어가는 노력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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