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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Apr 16. 2024

남을 웃기는 일, 놓치지 않을 거예요!!!

개그 DNA

회사에 다닐 때 동료들이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깔깔 웃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말투나 표정, 제스처가 너무 재밌단다. 누구는 개그콘서트에 빨리 지원해 보라고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어릴 때를 가만히 떠올려보니 이미 그때부터 난 남을 웃기는 것에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날 보고 뒤로 넘어가게 깔깔 웃으면 그렇게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했던 몇 마디의 말로 인해 상대가 걸어놓은 마음의 빗장이 스르르 열리며 이전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봐준다는 점이 설레게 만들었다. 더 좋은 점은 일단 재밌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면 나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월등히 올라갔고 한마디 한마디에 대한 반응이 더욱 적극적이다. 그래서일까, 이후로는 유머에 대한 어떤 소명의식까지 생기게 되었다.


사실 우리 집안 어른들의 개그감이 상당하셔내가 그 DNA를 물려받은 덕도 있긴 하다. 어릴 때 삼촌 할아버지, 이모할머니 포함 이모네, 삼촌네 모두 모여 야유회, 식당, 친척집놀러 가면 어른들은 집에 돌아가실 때까지 끊이지 않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하하 호호 웃으며 계속 이야기를 하셨다.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그랬슈, 저랬슈, 이래유, 저래유 등의 말투로 대화를 주고받으셨는데 난 어릴 때 어느 집이나 그런 투로 말하고 사는 줄 알았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가족끼리 대화할 때면 '어디 아프슈?', '그게 뭐예유?', '지금 하슈?'등의 말투를 사용한다. 뭔가 이런 식으로 말을 하 가족 간에 더욱 친밀한 느낌이 들었고 우리만의 비밀 언어를 사용한다는 묘한 소속감도 느껴져서 좋았다. 또 '~슈'로 묻거나 대답하면 구수하고도 코믹한 뉘앙스가 있어, 결코 서로에게 화내거나 상대를 기분 나쁘게 만들 수 없었기에 동생과 나는 이렇게 말하는걸 참 좋아했다. 외가 어른들이 웃으면서 즐겁게 사용하시던 말투라, 우리도 모르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나 보다. 하지만 가족 이외에는 철저히 서울사람 본연의 말투로 180도 바꿔 사용했기에, 지금 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내가 샤투리를 사용했는지 몰랐을, 특급비밀이다. 이제 더 이상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깔깔깔 매사 밝은 집안의 분위기 때문인지 어느 날부터 나는 틈만 나면 남을 웃길 준비를 하고 상대를 만났다. 언제든 유머가 들어갈 틈이 생기면 치고 들어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틈이 생기면 곧바로 행동개시. 하지만 룰이 있다. 여럿 있을 땐 못한다. 말이 목구멍에서 입으로 빠져나가지를 못하고 머릿속에서만 윙윙거리는 탓이다. 그렇지만 넷 정도면 해볼 만 하단 생각이 든다. 사실 유머도 잘못 던지면 썰렁하거나 안 한 만 못할 수가 있어 치고 빠지는 게 진짜 중요한데 다섯 명부터는 리스크 감당이 안되어 좀 어렵. 그래도 넷까지는 얘기가 재미없어도 소수니까 다들 이해하고 넘어가 준다. 그래서 인원수에 대한 조건만 잘 맞아떨어지면 웬만해선 타율이 괜찮다. 그래서 지인들과 일대일로 만나면 되게 재밌다고, 웃기다고, 은근히 할 말 다한다고들 이야기를 해주는데 난 또 그 말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하지만 상대의 눈이 여럿 있으면 내 눈은 저절로 아래로 깔리고, 남이 이야기하면 그냥 실실 웃고 있으니 나를 그냥 조용하고 참한 여인네인 줄 착각하는 경향이 있어, 나의 실체를 밝혀야 할지 고민될 때가 다. 우아하다, 조신하다, 청순하다란 보다 너 되게 재밌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게 백배, 천배 기분 좋다는 사실을 그대들은 알랑가 모를랑가.



유머감각은
리더십 기술에 속하고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게 해주는
비법 중 하나이자
어떠한 일을 성취하는
과정의 일부이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그래.

자꾸 유머를 하고 싶었던 이유, 내 이야기에 사람들이 기분 좋아하면 그렇게도 행복했던 이유. 이 모든 건  상대방과 잘 지내고 싶었던 나의 깊은 바람 때문이었다. 나 혼자 잘 지내도 상관없었다면 누굴 웃기는 게 뭐 그리도 중요한 일이겠는가. 상대의 관심에 들뜨고, 받은 관심을 또 다른 소중한 누군가에게 웃음으로 돌려주는 그 선순환의 과정을 난 분명 즐기고 사랑하고 있었구나. 밝은 미소와 웃음은 남녀노소, 인종에 관계없이 보는 샤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분명 있다.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란 속담이 있듯, 남을 웃기는 사람 얼굴에도 침은 못 뱉지 않을까. 상대를 기분 좋게 해 주려는 선한 의도를 삐딱하게 오해하는 사람들은 소수일 테니까. 그렇다면 결론은 났다. 타고난 개그 DNA를 썩히지 말고 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마음껏 감각을 발휘해 보자. 나 때문에 사람들이 더 웃고 더 유쾌해질 이유를 결코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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