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빙 돌아가는 모빌에 집중한 아기 시아에게 말을 걸어본다.
"우와! 시아야 요기에 나비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우와! 너무 예쁘다 그렇지?"
아기는 눈만 반짝일 뿐 딱히 대답은 없지만 분명 귀로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나와 눈을 맞추며 열심히 젖병을 빨고 있는 아기에게 또 말을 건다.
"우와! 시아는 맘마도 이렇게 잘 먹고 너무 예쁘네. 눈도 예쁘고 코도 예쁘고 입도 이렇게 예쁠 수가!!! 너무너무 예뻐서 엄마가 계속 만지고 싶어. 많이 많이 사랑해, 시아야."
오른손으로는 젖병을, 왼손 검지손가락은 시아의 눈, 코, 입을 터치하며 소프라노톤으로 환하게 웃으면서. 그 모습을 미러링 하며 시아도 미소를 지어 보인다. 헤헤 웃느라 입에서 젖병이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방실댄다.
별빛 총총 아기 시아시아가 장난감 통 속에서 보들보들 토끼 인형을 꺼내고 있다. 슬며시 다가가,
"우와! 시아야 너무 귀여운 토끼구나. 엄마는 이 곰돌이가 너무 예뻐서 꼭 안아주고 싶은데 시아도 토끼 안아주자, 아이 예뻐. 그래 그렇게 등을 쓰다듬어 주고 '사랑해'라는 말도 해주자? 사랑해 곰돌아, 사랑해 토끼야."
아기는 조막만 한 손으로 토끼인형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등을 토닥이며 앵두같이 작은 입술로 말한다.
"샤당해 토꺄~"
유치원에 함께 걸어가는 길, 나는 길가에 핀 꽃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우와! 시아야, 저어기 노랑노랑한 꽃이 너무 귀엽다. 우리 '아이 귀엽네' 하고 말해 주자? 우와! 저 옆에 분홍색 꽃은 잎이 동글동글 너무 귀엽다, 그렇지?"
며칠 후 길을 거닐다 시아는
"우와! 엄마, 저기 노오란 꽃 좀 봐. 동글동글 너무 귀엽네."
라고 말한다. 엄마가 얼마 전 자기에게 던진 말을 잊지 않고 비슷한 어투로, 스치는 들꽃을 아는 척해준다.
하늘하늘 내려오는 꽃송이,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 따스한 햇살, 매섭게 부는 바람에도 시아는 그냥 지나침 없이 그것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각각에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워낙 감성적인 성격 탓에 사소한 것에도 자주 상처받고 속상해하지만, 그만큼 주변의 것들을 깊이 느끼고 반응하는 엄마를 두어 시아도 그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직접 표현하는 아이가 되었으면 하는 근본적인 바람으로 시작한 것이 나의 평소 말버릇인 '우와'를 사용하는 대화였다. 별 것 아닌 것도 '우와'를 넣음으로 해서 그것은 이미 별 것이 되었고 아무것도 아닌 일도 이 두 글자로 인해 의미를 가진 것으로 재탄생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하고 싶었다. 일단 '우와'를 사용하게 되면 아이의 주목을 끌 수 있었고 그러면 어떤 상황에서든 대화의 물꼬가 트여 이야기할 거리가 생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재가 가지를 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어느 날은 동화로 재탄생되고 어떤 날은 슬픈 이야기가 되어 함께 눈물을 뚝뚝 흘리게도 해주었다. 환상의 옷으로 갈아입은 평범한 이야기들은 아이의 상상 속에서 희로애락의 감정을 덤으로 주었고 어느 날부터 이 놀이는 우리에게 소중하고도 신기한 경험을 만들어주었다. 이러한 대화들은 어느새 엄마와 딸 사이에 단단한 라포를 만들어주었고, 지금까지도 이렇게 친밀하고 다정한 사이로 지낼 수 있는 것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두손 꼭 잡은 유치원 시절 시아와 시아엄마(나)
바쁜 세상 속에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나 한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 속에서 때로는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오고 생각지도 못한 일에 고마워 눈물이 흐른다면 이런 이벤트는 참 달갑지 않을까.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그해, 그달, 그날,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고 소중하게 보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오늘도 흥미로운 대화 소재 찾기를 위해 고민해 본다.
시아가 하교 후 내게로 다가와 이야기를 꺼낸다.
"엄마! 오늘은 내가 담임선생님이랑 개인상담하는 날이었는데, 선생님이 화가와 작가 둘 다 되고 싶다면 그중에 화가는 취미로 하고 작가가 되는 것에 더 열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중략) 나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엄마 생각은 어때?"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텐데 아직도 엄마의 의견을 물어봐 줘서 고맙고, 이런 대화 역시 우리가 그동안 쌓아왔던 '우와'의 시간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거라 생각되어 뿌듯한 마음에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엄마 생각도 시아랑 같지. 시아가 하고 싶은 거 엄마는 당연히 응원해."라고.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