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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Sep 26. 2024

돌싱이 된다면 가장 먼저 알고 싶은 상대의 조건

돌싱글즈 5를  보고 나서...

돌싱이면 으레 40-50대를 떠올렸었다. 그런데 예상을 뒤엎은 MZ세대들의 이혼 이야기가,  매 시즌 열렬히 응원하며 눈에 불을 켜고 보던 돌싱글즈에서 나왔다는 것. 20-30대 젊은이들이 이혼한 걸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는데 재혼상대 혹은 사랑을 찾기 위해 대중매체에 당당히 얼굴을 드러내며 나타난 것 또한 40대의 나로서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예쁘고 잘생기고 능력 좋고 품성도 괜찮은 엄친아, 엄친딸들이라니. 뭐야, 저렇게 빠지는 게 없는 사람들이 무슨 이유로 이혼을 했을까? 조금만 더 참고 살아보지 어쩌다가,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었던 1화.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내 생각은 좁고도 얕았다는 걸 금세 깨달았다. 젊어도 마찬가지다. 이혼을 누가 하고 싶어서 하나, 해야만 하니 했던 거지.


돌싱글즈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자녀유무를 오픈할 때다. 출연자들의 마음도 마찬가지라 공개시간이 다가오면 표정들이 굳고 초조한 모습을 보이며 누구는 몰래 숨어서 서럽게 운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한 명씩 자녀를 공개할 때마다 그와 그녀는 그동안 꾹꾹 참고 눌러두었던 아픔, 자녀에 대한 깊은 사랑  이야기하며 하염없이 운다. 보는 도 안타까움과 속상함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과연 내가 결혼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었어도 이렇게 구슬피 울게 될까, 였다. 아무래도 '그녀가 나였다면...'이란 전제가 자연스레 깔리다 보니 상황에 극도로 공감을 했을 , 그러다 보니 그들의 상처가 내게도 고스란히 스며 명치가 저릿한 느낌주었을 거다. 벌써 다섯 번째 시즌인데도 자녀공개 시간은 여전히 적응이 안 되고 언제나 아프고,  아프다. 마찬가지로 내가 돌싱으로 저기에 출연했어도 목놓아 울었을 것이다. 촬영 끊어가야 할 정도로 너무 울어서 퉁퉁 붓고 못생긴 얼굴 추하기 이를 데 없을 텐데, 지금의 가정 잘 유지하고 있는 걸 다행으로 알아야겠지.


이번에는 룰이 좀 바뀌어서 상대에게서 알고 싶은 가지를 '정보공개'에 들어가 확인할 수 있는 미션이 있었다. 내가 호감 가는 상대의 재력, 직업, 자녀유무, 생활기록부, 건강문진표, 나이의 6개 카테고리 중 가장 궁금한 것을 고르는 것. 출연자 대부분은 직업이나 자녀유무를 골랐다. 그렇담 나라면 어떤 항목이 가장 끌릴까? 곰곰이, 신중하게 30분간 고민해 봤는데 나 또한 직업과 자녀유무 중 한 개를 고를 거라는 결론을 얻었다. 직업은 상대의 총체적인 것을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 같고, 자녀유무는 말해 뭐 하나. 내가 내 자식 말고 더 거둬야 할 아이들이 있다는 것은 마음가짐부터 시작해 가정생활의 판도를 바꿔놓을 일이기에 간과할 수가 없다. 내가 지금처럼 주부라면, 먹이고 입히고 챙겨야 할 것들이 아이 한 명 늘을 때마다 두 배 세배로 증가할 텐데, 결코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그래도 직업과의 선택이 고민이 되는 이유는 직업적으로 유능한 분이라면 재정적으로도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아 아이들을 키우는 데 있어 금전적인 고단함은 조금 덜어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아이들을 키우려면 물질적인 것도 참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 중 일부는 사랑을 찾았고 앞으로 더는 상처 없이 서로에게 기대어 이전의 시린 기억들 모두 잊고 행복하길, 언니, 누나 같은 마음으로 진심 축복했다. 예쁜 커플들이 부부의 연으로도 이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스치기만 해도 인연'이라는데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 가정을 일구고 자식을 낳기까지의 연은 대체 전생에 얼마나 가깝고 애틋한 사이였기에 이승에서 부부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걸까. 운명론에서 보자면 신기함을 넘어 매우 신비로운 일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지지고 볶는다는 말이 딱, 하루가 멀다 하고 배우자와 아웅다웅하며 살아간다. 너무 한결같이 여보, 자기, 홍홍홍 다정하기만 해도 찐 부부가 아니라고 누군가 했던 기억이 다. 위로받으라고 만들어낸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꽤나 설득력이 다. 대체 왜 연인일 때와 부부일 때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나는 걸까? 그때처럼 매일이 달콤한 초콜릿같이 살살 녹으면 안 될까? 결혼생활은 왜 달달함은커녕 물처럼 밍밍하다가 점점 쓰고 텁텁해지려고 하는 걸까?  세상에 영원한 건 없으니까? 속세에 지치고 힘들어서? 내가 낳은 자식도 얄밉고 짜증 나고 화날 때가 있는데 남으로 만난 그이가 마냥 곱게 보일 수가 있냐고? 내가 한 질문이지만 어째 대답이 다 "Yes"다.


끼익, 급브레이크 거시고 긍정의 회로를 돌려보자.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힘들게 낳은, 내 귀중한 아이의 아버지가 그다. 나를 너무 사랑해 결혼한 남자가 바로 그다. 내가 봤다. 진실한 눈빛을. 그래, 연애시절과 지금이 크게 달라진 이유를 알아냈다. 둘 사이의 달달함 농도가 사그라든 게 아니고 단맛이 커다란 안정감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었다. 관계는 뜨겁게 활활 타오르지만 꺼지기도 쉬운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 결혼 후 안정적인 찾아오면서 뭉근한 화롯불처럼, 미온수같이 자극 없고 은은한 사이가 된 거라는 말이다. 꼭 격정적이어야 사랑이 슴슴하다고 사랑 아닌 게 아니니까.


돌싱글즈 6가 얼마 전에 시작했다고 한다. 역시나 눈물 한 바가지 흘릴게 뻔하지만, 한껏 빠져서 보다 보면 내 삶을 돌아보면서 위로를 받 남편에게 고마운 감정이 또 스멀스멀 올라올 다. 사실 부부사이가 별 거 있나, 이혼 안 하고 그럭저럭  없이 지내면 그게 잘 사는 거지. 돌싱글즈가 우리 부부인생을 짚어보게 해주는 참 교사 같은 프로라 고맙고 애정한다. 오래오래 방송하면 정말 정말 좋겠네.





매주 꾸준히 이어온 브런치 연재글이 드디어 30화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동안 뜨거운 사랑 보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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