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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Sep 19. 2024

기왕이면 칭찬의 말을 하는 게 어떨까요?

"야 넌 너무 말랐다. 살 좀 쪄라, 징그럽다 징그러워."


말이란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기에 입 밖으로 나갔다고 해서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 되는 게 아니다. 말로 내뱉기 전에는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니까 상대가 전혀 알 수 없으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든 일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말을 밖으로 꺼내는 순간, 언어는 상대에게 전달되고 그들 나름의 사고방식으로 정리해 행동(말)이나 표정으로 다시 내게 표현하게 된다. 내가 한 말에 상대방의 반응이 영 달갑지 않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란 속담을 잘 아는 우리지만 막상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거친 말이 쏟아지고 공격적인 말투, 뼈 있는 농담도 하게 된다. 특히나 함부로 하는 말들은 가깝고 편한 관계에서 더 자주 사용는 것 같다. 친하니까, 이 정도는 충분히 이해해 줄 수 있는 사이니까, 상대를 위해 진심 어린 조언을 하는 차원에서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 건, 기분 나쁜 말을 들어 기분 나빠하면 기분 나빠한 사람만 속 좁고 이해심이 부족한 좀생원이 되어 버린다. 돌을 던진 쪽은  건너편인데 돌에 맞아 상처가 나 아픈 쪽은 치료도 받기 전에 또 날아오는 돌을 맞고 털썩, 쓰러진다. 아파서 아프다고 면 오히려 비난을 받으니까 그냥 참는다. 그러다 병 되게 말이다.


어릴 때부터 깡말랐던 나는 대학생 때도 38kg 언저리의 몸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키는 160대 초반인데 몸무게가 저 정도면 상당한 저체중이라 할 수 있었다. 식욕이 거의 없어서 많이 먹지 않아 말랐던 거지 무슨 병이 있어 그런 건 아니었다. 학창 시절에 아픈 적도 거의 없고 고된 고3시절도 너끈히 밝고 건강하게 잘 보냈다. 대학 4년 동안에도 쓰러지거나 입원하는 일 없이 연애 잘하고 친구들과도 깔깔거리며 재미나게 지냈다. 그저 천상 말라깽이 체질일 뿐이었다.


그런데 대학시절 어떤 아이가 마른 몸인걸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내게 너무 말랐다굳이 징그럽다는 표현까지 덧붙여가면서 자신의 불편한 감정 표현했던 그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내가 그녀 기분을 상하게 한 일이 있었을까, 그날 안 좋은 일이 있었는데 내가 마침 화풀이 타깃이 되었던 걸까. 그 말을 듣고 그때의 나는 뭐라고 반응했을까. 그 애의 말은 또렷이 기억나는데 내 모습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앞에서 바보같이 운 건 아닐 테고 화낸 건 더더욱 아닐 텐데 짐작하건대, 기분 나쁜 티 내지 않으려고 살짝 웃으며 눈을 내리 깔았거나 마자 살 좀 쪄야 하는데, 하며 별 일 아닌 듯 또 웃으며 넘어갔을 것 같다. 상한 기분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성격적인 면도 있었겠지만 내가 기분 나빠함으로 인해 상대가 오히려 짜증이나 화를 낼 것 같은 두려움으로 그 상황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도 컸을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오면 눈물부터 쏟아져 꺼이꺼이 울다 끝날  알아서 조용히 내 감정은 내 안에서 삭혔을 테지.


같은 말이라도 '벨라는 지금도 예쁜데 여기서 조금만 더 살이 오르면 진짜 진짜 예쁠 거야'라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때 그 친구의 말이 참 고마워서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내 모습 자체를 어여쁘게 봐주는 데다 동기부여까지 해주는 스윗한 현명함을 지닌 그녀참말 좋았다. 동일한 언어라도 상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고운 말투로 이야기하는 그 친구가 이후 내 언어사용에 큰 가르침을 주었다. 어차피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면, 사람들과 평생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면 상대에게 좋은 말, 힘이 되는 말을 해주싶었다. 비아냥거림, 짜증내기, 분풀이, 인신공격. 돌려 까기 등의 말들을 할 바엔 차라리 입을 다물자 생각했다. 상대에게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몇 번 내 생각들은 조심히 비쳐보되 그래도 통하지 않을 땐 차라리 관계를 정리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상처 주는 말로 아프게 꼬집어서 그에게 생채기를 남기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안 보면 안 봤지 만나는 동안엔 그 소중한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 기분 좋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때론 내가 좋게 이야기를 한다 해도 뾰족한 창으로 공격해 오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는 그들이 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하나 싶어 많이 서운하고 속상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들이 왜 그러는지를 알게 되어 그때처럼 감정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그들은 원래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모두가 날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한다면 나는 애써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 필요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고 아파할 필요도 없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어느 때부터인가 굳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는 억지로 만남을 유지하 싶지 않았다. 일단 털털한 척하며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 예의 없는 사람과는 처음부터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한다. 인간관계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있으면 되니까. 한 명이라도 좋으니 건강하고 반갑고 기쁘고 훈훈하고 따뜻하고 즐거운 말을 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내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 것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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