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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Dec 11. 2024

배송지연이 되어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배운 것

블로그에서 구매대행하는 셀러 계좌에 입금이나 카드결제를 하고 인적사항 3종세트(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비밀댓글로 적은 후 최소 2주의 시간을 기다린다. 특히나 공구(공동구매)일 경우에는 이보다 더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고, 개인적인 주문일 경우에도 국가별, 거래처별 재고 상태에 따라 빨라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 주로 1대 1 오더인 경우에는 배송비를 내가 다 부담하는 대신 1주일 내로 받아볼 수도 있긴 하다. 복잡하다면 복잡한 절차이지만 내가 직접 사이트에 들어가 제품마다 환율 계산해서 200달러를 넘지 않게 구매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더 많이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직구(본인 직접 구매)일 경우에는 한두 벌에 벌써 금액 제한이 걸리고 배송비는 배송비대로 따로 내야 한다. 또한 해외 배대지(배송대행지) 배송되는 데 걸리는 시간과 그곳에 도착해서 다시 일괄 우리나라로 배송되는 시간까지 더하면, 내 물건이 해외에서 떠돌고 있는 느낌이 들어 도착까지 계속 불안하다. 배대지 비용은 뭐 무료인가. 그것도 무게에 따라 한국 돈으로 몇만 원의 비용을 또 지불해야 한다. 사이트에서 배대지로 보내질 때 배송비, 배대지에서 우리나라로 보내질 때 배송비를 더하면 구매대행이 비싼 게 아니기에 점점 구대 쪽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었다.


단, 여기서 판매자의 신뢰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떡하니 물건들을 블로그에 올려놓고 계좌로 입금을 받은 뒤 블로그를 폭파하고 사라지는 사람들이 심상치 않게 있기 때문이다. 카드결제야 카드사에 호소라도 해볼 수 있겠지만 현금입금은 찾아올 방도가 없다. 그나마도 카드결제받아주는 셀러는 잘 되는 곳이고 그렇지 않은 곳은 대부분 현금을 원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코베이기 쉬운 곳이 구대시장이다. 그래서 오랜 기간 고객들과 친분과 신뢰를 쌓고 거래하는 판매자인지, 사업자등록은 해놓았는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주문을 해야 한다. 아무튼 여기저기 블로그를 뒤지다가 꽤 안정돼 보이고 제품도 하루에 몇 개씩 업데이트하는 셀러의 블로그를 알게 되었고 영국 구대였는데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답변도 빨랐다. 주로 명품 아웃렛 매장에서 바로 구입해 배송해 주는 형식이었는데, 배송비포함한 가격이 몇 만 원 대도 있어서 금액적인 만족감도 컸다. 구대에 대한 인상이 이 분 때문에 믿음이 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튼 아이 어릴 때 해외 유명브랜드 입혀 보겠다고 시작된 구매대행에서 진짜 괜찮은 브랜드의 패딩이 큰 할인률로 판매를 해서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오면 그때는 어미의 눈이 회까닥 뒤집힌다. 게다가 공동구매로 구입하면 배송비를 줄일 수 있어서 더더 러키 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으니 더더욱 놓칠 수가 없다. 그 당시 상당히 놀랐던 일화가 있다. 공구는 평균 2주면 배송이 되는데 판매국가의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제 때 뜨지 못해 1-2주가 더 지연되는 때가 있었다. 구대 판매자는 더 기다리기 힘든 고객은 죄송하다며 취소요청을 하면 환불처리를 해주겠다는 공지글을 올렸고, 나는 기다려야 하나 환불을 받아야 하나  고민하다 그래도 저렴한 가격과 브랜드네임을 포기하지 못해 기다리기로 했다. 나중에 정상 배송이 시작되었을 때 판매자는 주문 고객들 중 취소요청한 사람이 한 분도 없어 너무 감사하다고 다시 공지글을 올렸다. 어머나 세상에. 만약 그때 환불 요청을 했다면 그런 사람이 오직 나 한 명뿐일 뻔했다. 과연 다른 사람들은 나처럼 취소를 고민을 했을까, 아니면 아량 넓게 기다릴 수 있거나 배송지연을 크게 개의치 않은 것이었을까. 그때 깨달았다. 직구, 특히 공동구매는 배송지연을 감안해 주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게 불안하다 직접 구매하든가 국내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아이에게 예쁜 옷을 입혀주려는 마음으로 시작한 구매대행은 내게 기다림의 중요함을 가르쳐주었다. 사람은 살면서 여러 가지 형태로 배움을 얻는데 그 당시에는 아이 옷을 구매하며 인내의 겹을 한층 더 쌓을  수 있어 감사했. 이제는 아이도 화려뽀짝한 옷들을 입으려 하지 않을 만큼 훌쩍 커버려 더 이상 구매대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참을성 많던 고객들을 생각하면서 혹여 누군가에게 재촉할 일이 생기더라도 조금 더 참아보 묵직한 태도를 유지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묵묵한 기다림도 곧 배려의 미덕에서 오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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