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부터 브런치북 연재일이 가까워지면 가슴이 답답하고 밤에 자다가 식은땀을 함빡 흘린 채로 깨어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잠이라면 누가 잡아가도 모를 정도로 평생 숙면을 하던 나였는데 생에 처음으로 일어난 기현상이었다. 아무도 내 글을 읽어주지 않을 때에는 마음 가는 대로 신이 나서 자유롭게 써 내려갔는데 다음메인에 픽이 되고 브런치 인기글, 오늘의 작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 구독자 급증 등의 일들이 한두 달 사이에 정신없이 일어나면서 생긴 증세였다. 하지만 그 당시엔 잘 몰랐다.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져 힘든 줄도 모르고 주 2회 꼬박 쉼 없이 달려왔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내 걱정을 하시기 시작했다. 체력도 약한 네가 좀 무리하는 것 같다는 말씀이었다. 글쓰기 도파민에 과도하게 중독된 나는 그런 말이 귀에 잘 들리지 않았다. 이 일이 너무 재미있고 오히려 나에게 큰 힐링과 기쁨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난 행복하니까 걱정하시지 말라고도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제 처음으로 금요일 연재를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그런 생각을 한 나에게 놀랐다. 좋다며, 재미있다며, 힐링이 된다며 그런데 갑자기? 다행히 새로운 금요일 브런치북 연재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 다음 주에 해도 상관없었다. 꾀가 났고 다음 주로 미루기로 결심을 했다. 아니, 이번주라 할 지언정 발행은 하기 싫었다. 그렇게 결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고 신기하게도 어젯밤은 숙면을 했다. 요새 책을 읽는 것도 글을 제대로 쓰는 것도 살림을 깔끔히 하는 것도, 이도 저도 아닌 일상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마음도 몸도 뒤죽박죽이었는데 이런 답답한 속내를 딸아이에게 이야기 하니 브런치북 연재를 잠시 쉬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엄마 요즘 책을 더 많이 읽고 싶다며, 그러면 글을 일단 좀 쉬어." 그래, 난 이 말이 듣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엄마가 말씀하실 때에는 가슴에 와닿지 않더니 이젠 정말로 에너지가 고갈된건지, 많이 지친건지 딸의 말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방금도 엄마와 통화하면서 '그래 너 많이 좀 무리하는 것 같더라'라고 이야기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 애쓴 나에 대한 위로의 슬픔이랄까.
내가 이정도로 힘들어진 이유를 가만 생각해보면, 나의 글쓰기가 어느 날부터인가 남을 위한 글쓰기로 바뀌던 그 시점이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내 글을 읽고 좋아하고 공감해 주며 구독을 해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그 정성에 보답을 하고 싶은 마음에 더 잘 쓰고 싶고 더 괜찮은 모양새로 글을 발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나 혼자 뱉고 마는 그런 글이 왠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나를 제일 먼저 위하며 살기로 해놓고 왜 난 또 내가 아닌 남을 만족시키기 위한 글을 쓰려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고있는 걸까. 전업 작가도 베스트셀러 작가도 뭐도 아닌, 브런치스토리에서 끄적대는 아줌마일 뿐인데,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 얼굴, 내 존재를 아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그리도 두렵고 힘들어 내 글을 내 맘대로도 못 쓰는가. 힐링의 글쓰기가 왜 고통의 글쓰기로 변질되어 간 것인가.
그래서 잠시 브런치는 휴식을 하려고 한다. 브런치북 연재는 1회로 일단 픽스를 해놓았지만 이도 내 컨디션이 안 될 때에는 과감히 건너뛰며 쉴 생각이다. 그리고 내 마음이, 내 정신이, 내 체력이 다시 온전히 글을 담아낼 수 있을 때 더 건강하고 좋은 글을 쓰고 싶다. 글이 짐이 되지 않도록 나를 잘 보듬어주고 다시 돌아오고 싶다.
부디 이 글은 이은경 선생님만 안 보셨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