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은 도끼다>를 타고 넘어온 마르셀 프루스트의 <독서에 관하여>를 읽고 있는 새벽.
나는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이 습하고 덥고 시끄러운 밤에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 책을 읽지 말았어야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그의 하나의 문장들은 더위에 지친 나를 더욱 지치게 만든다. 정말 대단하고 지긋지긋한 사람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님은.
도저히 안 되겠다. 이만 덮고 잠이나 자야겠다. 샤워하고 뽀송뽀송했던 몸뚱이가 어느새 끈적끈적해졌다.
조금 전에 내가 부엌 식당의 벽난로 구석에서, 침실에서 코바늘로 뜨개질한 머리받침이 있는 소파 깊숙이, 오랜 행복한 오후 시간 동안 공원의 개암나무와 산사나무 아래에서, 끝없는 들판의 모든 숨결이 저 멀리서 토끼풀과 잠두콩 내음을 방심하고 있던 내 코끝에 소리 없이 가져와 피로해진 시선을 잠시 그쪽을 향해 들어 올리게 하던 공원에서 읽던 책의 제목을 이십 년이라는 거리에 있는 당신은 해독하지 못할 것인 반면, 그것을 식별하기에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는 나의 기억은 그 책이 테오필 고티에의 <프라카스 대위>였던 것을 상기시킨다.
마르셀 프루스트 <독서에 관하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