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고마운 이별

영화 '토이 스토리 3'를 다시 보다가

by Ann


IMG_0058.PNG 영화 '토이 스토리 3' 중에서






Thank you guys. 모두 고마워. 이 말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를 스쳐간 사람들. 나에게 상처와 추억이라는 선물을 남겨준 사람들. 그땐 원망과 미움이 훨씬 컸지만 그 원망과 미움은 시간과 반비례하여 지금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지금은 떠올리면 웃음 지어지는 일들이 많다. 한때 누군가에게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는 사실 자체만 떠올려도 행복해지고, 내가 누군가를 마음 시리도록 좋아했었다는 사실에 갑자기 마음이 막 뿌듯해지기도 한다. 스스로가 멋지게 느껴진달까. 웃기지만.



앤디가 그의 장난감들을 두고 오면서 고맙다고 했던 그 말, 그 감정이 너무나도 공감이 갔다. 그 장난감들이(나를 스쳐간 사람들이 장난감 같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그에게 주었던 소중한 추억들이 고마웠던 것일 테니까. 이별이 서운하면서도 이렇게 두고 가는 게 미안하면서도 그동안 함께 해줘서,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마운 마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감정들이 더욱 짙어진다. 그 추억들, 경험들이 나에게 없었다면 나의 인생은 텅 빈 껍데기와 같았을 테니까. '나'라는 사람을,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게 바로 그런 추억과 상처들이니까.



이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별을 통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관계가 얼마나 밀도 있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추억들이 있었는지, 어떤 게 소중했는지, 소중한지, 무엇을 배웠는지와 같은 것들은 지나고 나서, 이별을 한 후에 돌이켜 봐야 더 잘 알 수가 있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완벽하게 사라지는 흔적은 없는 것 같다. 나를 스쳐간 사람들의 흔적도 마찬가지. 어떤 곳을 갔을 때,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어떤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향기가 났을 때 떠올릴 추억이, 흔적이 내가 사는 이 세상에 있다는 게 다행이고, 고맙다.



좀 웃기지만 모두들 고마웠어요. 그리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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