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40대 초반 정도. 무채색으로 잘 배합된 옷을 입고 깡총한 군더더기 없는 단발머리를 쓸어 넘기며 책장도 함께 넘기고 있던 어떤 여성분을 보았다. 처음 본 것은 그녀의 옆모습이었다. 그녀의 옆모습은 앞 모습이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보고 있는 책 위로 얼굴을 갑자기 불쑥 내밀어 그녀의 얼굴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궁금하지만 그 다음으로 궁금한, 오늘 내가 보러 온 책을 찾으러 갔다.
책의 내용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구입해야지 하고 왔는데. 목표가 사라지자 갑자기 뭘 해야 할지 몰라 서점 한 바퀴를 돌았다. 그때 저 쪽에서 아까 봤던 그녀가 마주 걸어오고 있었다. 점점 더 가까워졌다. 나도 모르게 너무 뚫어지게 쳐다봤다. 내 눈에 그녀가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내가 남자였다면 이상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그런 사람이었다.
미인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에게서 빛이 느껴졌다. 환함이 느껴졌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녀에게선 따뜻한 향기가 났다. 얼굴에서도 따뜻한 온기의 빛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약간은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를 가졌고, 그 눈매가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렌즈를 낀 것처럼 반짝반짝거렸다. 그 눈이 머문 곳을 바라보는 시선이 호기심 어리면서도 따뜻해 보였다. 화장을 진하게 하지 않았는지 콧잔등에 약간의 얼룩덜룩한 주군깨 같은 것이 보였고, 얼굴의 점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의 피부에서 윤이 나는 것 같았다. 흔히 말하는 물광 피부 뭐 그런 게 아니라 외부에서 조명을 비추고 있는 것 같은 윤이었다. 걸음도 굉장히 천천히 걸었다. 마치 그녀의 시간만 느리게 흘러가는 것처럼.
그 짧은 시간에 그녀에게서 느껴졌던 따스함, 선함, 부드러움, 지적임,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합쳐진 아름다움이 큰 파도가 바위를 덮치듯 나를 덮쳤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외면에서만 풍겨져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 만들어낸 내면의 아름다움이 바깥으로까지 흘러나와 온통 그녀를 감싸고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녀의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아, 나의 40대도 저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원하던 아름다움과 마주친 그 날, 정말 충격을 받았다. 나의 상상 속 인물이 내 머릿속에서 걸어나와 내 앞을 걸어 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는 나만 보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