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곧 떠나갈 가을의 선물

by Ann

문 밖을 나서자마자 나도 모르게 뒷 걸음질을 쳤다. 어제의 아침과는 확연히 다른 공기의 온도가 느껴졌다. 차가웠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가을도 이제 자리를 내어줄 준비를 서서히 하고 있는 것 같다. 겨울은 그런 가을을 밀어내려, 자기 자리를 되찾으려 예민하고 날카로운 가시를 바짝 세우고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갑자기 털이 곤두설 정도로 차가워진 공기가 나의 어느 부분을 건드렸는지 묻혀 있던 많은 기억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할 것 없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불쑥불쑥 떠올라 둥둥 떠다녔다. 바늘이 있다면 터트려버리고 싶은 기억들도 섞여 있어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 기억 속 사람들, 나와 잠시나마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던 사람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알아서도 알 수도 없는 일이지만.


그들도 가끔 나의 안부를 궁금해할까.


끝내 알 수 없을 질문은 이내 두둥실 떠올라 사라졌다. 의미 없는 질문이니까.


어쨌거나 아직 내 기억 속에서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머물고 있는 그들이 내 기억 속이 아닌 그들의 현식 속에서 잘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지금 괜찮으니까.


걷다 보니 몸이 따뜻해졌다. 목적지에 다다르고 듣고 있던 음악을 끄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두둥실 떠올라있던 수많은 기억들이 동시에 뻥 하고 터져 사라져버렸다.


그저 잠깐이었다. 곧 떠나갈 가을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