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책은 너무 두껍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다. 결코 지루하다는 뜻은 아니다. 꽤 많이, 열심히 읽은 것 같은데 아직 반도 못 읽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책을 읽고 있는 도중에 우연히 티비에서 영화 <잡스>를 해줬다. 전에 좀 재미없게 봤던 기억이 있는 영화였는데 책을 읽고 보니 완전히 달랐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파편들을 뿌려놓은 것과 같은 영화의 연결 부분들을 다 알고 보니 너무 재밌는 거다. 마치 해리포터를 영화로 보게 되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요 며칠 스티브 잡스에 빠져있다. 일단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잡스의 어린 시절을 무사히 넘기고 본격적으로 애플 컴퓨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 재밌어졌는데 침대에 누워서 이 책을 읽다가 밤을 새울 뻔했다. 멈추기 싫었다. 그런 와중에 영화 <잡스>까지 보면서 온통 스티브 잡스에 대한 생각만 하는 일주일이 되어버렸다.
아직 다 읽지는 못했지만, 언제쯤 다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읽으면서 이제 함부로 아이들에게 "스티브 잡스처럼 돼라!"라는 말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도 없다는 확신도 들었다. 내가 생각했을 때 앞으로 100년 동안은 스티브 잡스와 같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특히 한국에선.
스티브 잡스는 하나에 미쳐있던 사람이다. 그 어떤 것도 그가 빠져있던 제품 개발보다 위에 있지 못했다. 심지어 돈까지도. 돈은 그가 하고자 하는 일에 꼭 필요한 도구일 뿐, 그를 현혹시킬 수 있는 그 무엇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순도 100%의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그 열정이 옳았는가를 떠나서 그의 너무나도 순수한 열정과 도전 정신은 그의 심각한 모든 단점들을 잊게 만들 정도로 대단하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모든 걸 잃을 각오로 도전하라고 등 떠밀어 줄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사람들에게 미친 사람 소리를 듣고, 돈을 벌기는 커녕 빚더미에 앉을 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으라고,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이 오더라도 끝까지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말해줄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무엇 때문에 아이들에게 스티브 잡스가 되라고 말하는 걸까. 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나는 100번을 다시 태어나도 스티브 잡스처럼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점점 굽어가는 등을 똑바로 펼 긴장감을 얻는다. 그 사람이 실제로 내 앞에 앉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남긴 열정의 온기가 책을 통해 조금은 전해지는 느낌이 든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조금 더 몰두하고 몰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즐거운 긴장감이 내 삶을 좀 더 탱글탱글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글쎄...이 긴장감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