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
모르는 많은 사람들을 스치고 마주치며 영화관으로 향했다. 또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 안에서 영화를 보았고, 또 모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혹은 스치고, 마주치며 집으로 왔다. 그들 사이에 나와 연결된 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나의 인연이 있었을까.
꽤 오래전에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인연의 빨간 실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인연은 각자의 새끼손가락에 실을 묶고 있다고. 그 실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그래서 끊어지지 않는 이상 만나게 되어 있다고. <너의 이름은>을 보니 그때 그 얘기가 떠올랐다. 빨간 실, 인연.
나와 나의 인연은 실에 묶인 채 너무 오랜 시간 떠도는 바람에 엉망진창으로 엉켜버린 듯하다. 아직까지도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으니. 아니면 그도 아직 과거에 머무는 것일까. 조금 답답한 마음에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며 살짝 웃었다.
한 사람을 향한 애틋한 마음. 그 마음이 너무 잘 표현된 작품이었다.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그 안타까움과 만나고, 보고 싶은 그 애절한 마음이. 그들에게 주어진 너무나도 짧은 시간과 기억. 그 조건이 사람의 애간장을 녹였다. 황혼의 그 짧은 시간 동안의 기적 같은 만남, 그리고 금세 사라져버릴 기억. 너무 좋아하는데, 너무 보고 싶은데.
조금 다른 의미의 안타까움도 느꼈다. 그 재앙을 피할 수 있었다면, 시간을 다시 되돌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움의 한숨이 짙게 입 밖으로 뿜어져 나왔다. 지금의 내가 과거로 돌아가 그 일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크나큰 재앙을 피해 극적으로 생존한 영화 속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희생자들의 가족들은 오죽할까.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나의 취향과는 살짝 거리가 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상상력과 이야기의 깊이가 담겨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같은 작품이다. 이번에 본 <너의 이름은>은 그런 나의 취향과는 완전히 다른 위치에 있는 영화였다.
서로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던 두 주인공이 떠오른다. 그렇게 잊지 않으려고 애쓴 그들이 막아낸 재앙. 나는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까 생각해본다. 금세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잊어버린다면 또다시 닥쳐올 재앙을 결코 막아내지 못할 것이다. 그때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할 순 없어도 잊지 않으려고 애쓸 것이다. 그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