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7년의 밤

사실 너머의 진실들

by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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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건이 있고 그 사건을 바라보는 눈은 그 너머를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무조건 살인자는 나쁜 놈이 된다. 살인자만 나쁜 놈이 된다. 물론 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그 어떤 변명의 여지없이 나쁘다. 죗값을 반드시 치러야 한다. 하지만 살인을 저질렀다는 그 사실 이외의 것을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 더 중요한 것들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단편적으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원인 같은 것들 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후로 나는 내 눈을 의심하고 내 귀를 의심하고 내 생각을 의심하고 내가 아는 것을 의심한다. 아직은 이 과정이 피곤하지만 실수가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후회와 함께.



이렇게 된 건 작년에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라는 책의 영향이 컸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 이야기. 그 책이 하나의 사건, 한 명의 인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이번에 읽은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도 그 책과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살인자의 부성애와 피해자 아버지의 부성애를 내가 생각해오던 것과 완전히 반대로 설정한 소설.



비록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살인을 저지르게 된 한 남자는 아들이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의 목숨이 붙어있는 모든 순간까지 아들을 위한 생각을 놓지 않는다. 한 남자로 인해 딸을 잃게 된 피해자의 아버지는 딸이 아닌 자신을 위해, 자신의 것을 빼앗아간 상대에게 복수를 해나간다. 그것도 상대방의 절절한 부성애를 이용하여 아주 잔인하게.



소설을 읽어갈수록 이 두 사람 중 누가 더 불쌍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이지만 살인자의 아들로 살아갈 남아 있는 아들을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과 처절한 희생, 분투를 지켜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팠다. 울컥해서 혼이 났다. 또 자신을 떠나 도망친 아내도 죽은 딸도 자신의 소유물로만 생각했던 피해자 아버지의 그 차갑고 외로운 내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정신 상태로 살아가는 그의 삶이 불쌍하게 느껴졌다.



사실로만 봤을 때 둘 다 나쁜 선택을 한 나쁜 사람들이지만, 늘 보던 뉴스에서 이 사건이 스쳐 지나갔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겠지만 소설로 이 사건을 깊게 들여다보게 되자 보이지 않았을 것들이 보이고 느끼지 못할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나는 두 사람에게 조금 다른 종류와 강도이지만 연민을 느꼈던 것이다.



이 소설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가 전보다 넓고 깊어지는 기회와 경험을 얻은 것 같다. 물론 그것은 분명 이 소설이 좋은 소설이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편견을 깨게 만드는 설정, 몰입하게 만드는 문장, 너무나도 생생한 묘사와 치밀하게 준비해서 만들어낸 리얼리티가 탄탄하게 묶여 나를 끌고 나갔기에 나는 저항하지 못하고 이 소설에 푹 빠질 수 있었던 것이다.



살인자의 아들로 비참하고 고된 삶을 살아가던 7년의 밤들 속에 자신을 지키려 고군분투했던 아버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그제야 비로소 지옥을 벗어난 듯 조금은 마음이 가벼워 보였다. 아버지가 그에게 주려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었겠지. 불행을 아들에게 옮기지 않고 자신에게서 끝내버리는 것. 비록 살인자의 아들이지만 그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겠지만 아들 스스로는 그것을 떼어내고 꿋꿋하고 당당하고 건강하고 평범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것.



나는 그의 아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Yes"라고 아버지를 향해 대답하며 꿋꿋하게 살아가길 응원하며 이 책을 덮었다. 어느새 나는 그 살인범이 되어있었다. 그의 마음에서 그의 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설 속 주인공들도 나처럼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었다. 나도 어느 한순간 그들이 될 수도 있다.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들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함부로 쉽게 어떤 결론을 내지 않으려 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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