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결코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이 글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친구들이 하나둘씩 남자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정말 대학 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나만, 나만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았다. 친구들은 나를 걱정했고, 나는 상대적으로 외로움을 느꼈다. 나의 첫 남자친구는 언제 생기는 걸까.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때에는 생기지 않고 우연히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곳에서 만난 재밌는 오빠 한 명이 결국 내 남자친구가 되어버렸다. 20대 초반이면 그렇게 어린 나이도 아닌데 연애 초보자인 나는 그 오빠와 결혼하게 되는 줄 알았다. 그 오빠가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남자가 될 줄 알았다. 당연히 아니었다.
친구들과 늘 미래에 대해 얘기할 때' 나는 27세에 결혼할 거야, 그 나이가 제일 적당한 것 같아.' 했었다. 27세라는 나이가 까마득하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혼자다. 오히려 시집의 '시'자도 꺼내지 않던 친구들이 먼저 시집을 가 베테랑 주부가 되어있다.
나의 작은, 소박한 꿈들은 꼭 내가 기대치 않을 때 내 앞에 나타나곤 했다. '우연'이라는 포장을 하고. 우연히 도전하고 우연히 발탁되고. 물론 늘 내 마음속에 단단히 똬리 틀고 있던 꿈이었지만 말이다. 애를 써도, 애를 쓰지 않아도 어느새 그 자리에 와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허무하리만큼.
매기는 결혼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수학적 재능이 있는 '가이'라는 친구의 정자를 받아 혼자 아기를 키우기로 계획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나타난 유부남 교수와 사랑에 빠지고 이혼한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자신과 잘 맞을 것 같았던 그 남자는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욱 고단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사랑도 점점 식어간다. 그래서 그녀는 또 다른 계획을 세운다. 남편을 전 부인에게 돌려보내자. 하지만 그 계획이 술 취한 친구로 인해 폭로되면서 실패로 돌아가게 되고 남편은 그 누구에게도 가지 않고 집을 나가버린다.
매기의 계획은 그 당시에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엔딩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그녀가 계획했던, 그녀가 원했던 결과의 모습이다. 스케이트 장에 이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모인다. 그곳에서 매기의 아기는 유달리 숫자에 강한 모습을 보이고, 그녀가 재결합시키려고 했던 그들은 마치 처음 시작하는 연인들처럼 달콤해 보인다. 그리고 저 멀리서 그녀에게 정자를 주었던 '가이'가 걸어온다.
내가 삶을 계획한다는 것이 신의 눈에 얼마나 깜찍해 보일까. 얼마나 건방져 보일까. 살면 살수록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은 결코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고. 오히려 계획은 꼬이고 엉클어지는 게 대부분이다. 특히 인간관계에 있어서 말이다.
딸을 갖고 싶다고 딸이 생기지 않듯, 좋아하는 사람과 모든 사람들이 인생의 짝이 되지 않듯, 짝사랑이 이루어지기 쉽지 않듯 계획한다고 만나지고 헤어지게 되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인간관계를 맺고 끊으며 살아가야 할까. 내 생각엔 인간관계는 그저 진심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사람들을 대하다보면, 그렇게 삶을 살아가다보면 신이 '인연'이라는 포장지에 쌓아 선물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즉 인연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애를 써도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 인연, 돌아보니 어느새 내 곁에 와 있는 인연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 인연을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이 얽히고 풀어지는 과정을 이 영화가 너무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재미있게 잘 표현한 것 같다. 매기의 계획은 계속 꼬이지만 영화를 보는 나는 계속 웃게 된다. 그리고 빨강머리 앤의 명대사를 떠올리게 된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거니까요!"
ㅣ영화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