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를 보다가 마지막 한 문장을 듣고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가, 죄를 짓고 그 벌로 파면당하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가능한 거였어.
그거였다. 재벌도 아니고 국회의원도 아니고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이 헌법에 의해 권한을 내어주게 되었다. 긴 너털 끝에 빛이 보일랑 말랑 하던 상황에서 출구를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눈물을 닦자 곧이어 입가에 미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였다. 누구든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거였다. 큰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더욱 엄격하게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거다. 하지만 우리는 현실에서 그런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 대신 영화나 소설이 그걸 대신해줬다. 재벌의 횡포를 유쾌하게 눌러버린 영화 <배테랑>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대리만족을 해야 했다.
반대로 아무런 죄도 없이 끌려들어가 살인죄를 뒤집어쓴 한 청년의 이야기, 3인조 강도로 억울하게 몰려 감옥에서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뒤늦게 무죄를 입증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슬프게도 너무 익숙하다. 현실에서 너무 있을 법하고 나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그게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탄핵 심판 결과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결과를 현실에서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한 나라의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닥뜨리고도 웃을 수 있었던 건, 서로를 격려할 수 있었던 건 최악의 상황에서, 국가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을 친 이 상황에서 아주 작은 구멍에서 비춰들어오는 빛을 발견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것이 정말로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했고 이러한 헌법을 수호하려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당연한 것에 마음을 졸여야 했던 것은 참 씁쓸하다.
물론 이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나도 이제 시작일 뿐이다. 뼈져리게 후회되지만, 아프지만 이번 사건이 계기가 된 사람들이 나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이제 관심을 갖게 시작했고 저항하기 시작했고 더욱 깊이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 시작 지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늘 오늘을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