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는 오후다.
등에 후끈함을 전해주던 봄의 온기가 온 데 간데 없이 차다.
사람들은 우산 밑에 몸을 숨기고
종종걸음으로 저마다의 목적지로 향한다.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어떤 이들은 목적 없는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차들은 비를 흠뻑 맞으며
느린 걸음으로 거리를 밝히며 움직인다.
그 안에선 어떤 음악이 나오고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을까.
어떤 라디오 채널을 듣고 있을까.
우산 없는 사람이 상가 처마 밑에
외롭게 서 있다가
어떤 차를 보고 반갑게 달려간다.
마치 그 차도 그 사람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 것 같다.
그리곤 그 사람을 품고 출발한다.
노란 불빛 밝히는 창문들 너머로
사람들이 보인다.
비 구경하는 사람들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책 읽는 사람들
저녁을 먹는 사람들
일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렇게 이 모든 것을 관찰하고 있는 나.
저마다 비 내리는 밤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