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게 받은 위로

by Ann


우울감은 예고 없이, 이유 모르게 찾아온다. 이유를 모르겠지만 기분이 가라앉고 울고 싶어 진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하는 나의 정신은 눈물을 허락해주지 않는다.



나의 정신은 나를 위해서 울 거리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많아진다. 우울감이 찾아올 때. 며칠 전에는 오래전부터 잘 알고 즐겨 불렀던 노래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듣고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땐 그렇게 슬픈 곡인지 몰랐다. 아니, 지금이니까 슬픈 걸까. 별 거 아닌 것에, 괜찮았던 것에 작은 이유가 붙어 눈물이 난다.



그렇게 나를 연약하게 감싼 우울감들이 숨었다 나타났다를 반복했다. 어느 날 갑자기, 느닷없이 그러는 거다. 날이 좋은 날 걷다가도 발걸음이 무거운 거다. 기분 좋아지자고 걸었는데 깊은 슬픔은 아니지만 옅은 어둠이 나를 눌렀다. 그래도 걷고 또 걸었다.



한참을 걷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남자분이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들고 걸어오는 걸 보았다. 처음엔 등산객인 줄 알았는데 더 가까이에서 보니 시각장애인이었다. 고개는 정면을 향하고 지팡이는 두 발보다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왈칵 눈물이 났다. 그분은 아주 능숙하게, 편안하게 지나가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 시각장애인을 보니 갑자기 그분의 힘들었을 시기가 내 머릿속에 자기 마음대로 떠올랐다. 선천적인 것이든 후천적인 것이든 그렇게 적응해서 지금처럼 편안하게(물론 나의 느낌이지만), 능숙하게 거리를 걸을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들을 보냈을까. 아직도 그들을 위한 여러 시설들이 부족한데 그때마다 겪는 일들이 얼마나 힘이 들까. 행복한 순간들도 있겠지만 물리적으로 불편한 부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두려운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런 시기들을 관통했을 현재의 그 모습을 보니 마음이 이상하게 뭉클한 거다. 그분은 그저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갔을 뿐인데 그런 생각들을 떠올리게 하며 나에겐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나에게 '기운 내. 이렇게 씩씩하게 걸어가 봐! 괜찮아질 거야!'라는 기운을 보내는 것 같았다. 나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을 관통한 사람의 기운 같은 거랄까.



그 기운을 받아 나는 파워 워킹을 시작했다.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하늘에 강풍이 불어와 나의 걸음을 방해했지만 끝까지 걸었다. 집으로 돌아와 낮잠을 한숨 잤다. 꿀 같은 낮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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