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물건들

by Ann


IT기기, 펜, 노트 등 문구류, 책, 텀블러.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약간 더 좋아하는 물건들이다.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아니 나오기 전부터 기사와 사용 후기를 탐독하고, 문구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책은 읽지 못한 책들이 나를 약 올리는데도 또 사고, 책상을 삼킬 듯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텀블러들을 두고 또 만지작 거리는 나.



며칠 전 블루보틀 로고가 새겨진 컵을 하나 샀다. 그게 그렇게 신이 나는 거다. 거기에 고작 물 아니면 커피 담아 마시는 건데도 말이다.



그 컵을 물끄미 바라보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그것들에 집착하는가. 나는 왜 있으면서 또 사고 또 사는가? 사지 못해 슬퍼하는가. 이것들은 무슨 공통점이 있을까. 한참 고민한 끝에 찾아낸 공통점은 그것들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데 늘 곁에 두는 물건들이라는 점이었다.



그것들은 숨을 쉬듯이, 밥을 먹듯이 하는 책 읽기와 글 쓰기의 동력이 되어주는 물건들이었다. 나는 의지가 약하고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 늘 등을 밀어주는 동력이 필요하다. 지칠 때쯤, 지겨워할 때쯤 뒤에서 확 밀어줄 동력이 나에게는 글 쓰는 도구들과 글 쓸 때 필요한 잡동사니들이었던 거다. 좋아하는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좋아하는 기기로 책을 읽고, 좋아하는 펜과 노트로 메모를 하고, 맘에 드는 텀블러에 커피나 차를 마시고 좋아하는 책, 호기심이 가는 책을 읽는 것. 그것이 나를 계속 읽게 하고 계속 쓰게 해주고 있다.



물론 노트북과 같은 기기들은 워낙 고가라서 쉽게 기분 전환을 한답시고 바꾸지 못한다. 2013년도에 나와의 약속을 지킨 대가로 나에게 노트북을 선물해주었고, 여전히 그걸로 글을 쓰고 있다. 리디북스 페이퍼 라이트라는 이북 기기는 생일 선물로 받았다. 물론 내가 갖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해서 콕 집어서 받았다. 아주 두꺼운 책들은 대부분 그걸로 읽었다. 펜은 라미 만년필을 좋아해 몇 개 구입했고, 그걸로 여러 가지 메모를 한다. 지금은 안 사고 잘 참고 있는 중이다. 텀블러나 컵 혹은 잔은 글을 쓸 때 무언가를 꼭 마셔야 하는 나에게 그나마 저렴하게 바꿀 수 있는 사치품이다. 오늘은 어떤 컵에 마실까? 설레는 마음이 재미있고 좋다. 책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사들이다가 내 책이 나 대신 내 공간들을 다 차지할까 봐 겁이 나서 좀 자제하고 있는 중이긴 하다. 하지만 나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물건이고 내가 하지 못하면 안 되는 행위이긴 하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나를 말해준다. 책 읽기와 글 쓰기에 지금처럼 매진하지 않았을 때(지금은 엄청나게 매진한다는 뜻은 아니다) 옷 사는 걸 좋아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때만큼 관심이 없다. 오히려 차라리 교복이 있었으면 혹은 유니폼이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옷 뭐 입을까가 너무나도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것도 아마 나의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마음껏 살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어가게 해주는 그 물건들이 참 좋다. 나는 새로운 기기들이 재밌고 좋고, 펜과 노트가 좋고, 읽지 못할 책이지만 책이라는 존재 자체가 좋고, 예쁜 컵이 좋다. 하나하나 나와 약속한 것들을 이뤄가는 순간마다 나에게 선물이, 지치고 지루할 때마다 동력이 되어주는 그 물건들이 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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