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보니 읽을 책과 써야 할 글이 쌓여있다. 물론 누가 읽으라고 한 것도, 쓰라고 한 것도 아닌 책과 글이지만 나는 책임감을 느낀다. 약간의 부담을 느낀다. 나는 읽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해지는 게 아니더라. 되고 싶으면 되도록 해야 하고, 하고 싶으면 즉각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나니 하지 않는 나 스스로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책임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는 되고 싶은 사람이 되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걸, 그 결과를 내가 다 떠안아야 한다는 걸 잘 아니까.
게으름이 슬며시 접근해오는 걸 알면서도 내버려뒀던 요즘. 힘겹게 두꺼운 책 한 권 겨우 끝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다. 안심하고 내 안에서 자고 있는 게으름을 살짝 깨워 보내고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래도 잠깐 쉴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인사했다.
잠깐 방황해도 돌아올 곳이 있어서 참 좋다. 내가 해야 할 일, 좋아하는 일이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