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우주여행을 한 뒤

by Ann

눈을 뜨니 천장이 빙글빙글 돌았다.

곧 내 얼굴을 덮칠 것 같았다.

눈을 감았다.

우주에 떠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육체와 영혼이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얼굴의 주름이 한 곳으로 모일 정도로

눈을 세게 감았다.

순식간에 온몸에 식은땀이 솟아났다.

인체의 신비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죽 땀이 솟아 몸을 적시다니.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고

눈을 뜨니 좀 괜찮아졌다.

친구와 약속이 있었다.

난 약속을 어기기는 게 너무너무 싫어서

몇 번이고 일어서려고 시도했다.

잠깐 몸을 일으켜 앉아보려 했지만

나는 앉으려고 했지만

침대가 자꾸 나에게 올라왔다.

내 느낌에는 내가 침대에 눕는 게 아니라

침대가 나에게 올라와서

내가 옆으로 침대에게 기대는 것 같았다.



몇 번을 일어나는 것에 실패하고

눈을 감고 우주여행을 경험한 끝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미안하지만 오늘 만나기 힘들 것 같다고.



일어나고 싶었다.

약속도 지키고 싶었고

사실 화장실이 너무너무 가고 싶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기가 너무너무 무서웠다.

이대로 영원히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떻게 하지

무서웠다.



나는 일어나서 화장실을 가고 싶었다.

화장실을 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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