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북촌 방향

여전히 어려운 19세 미만 관람불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

by Ann

여전히 나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끝나면 머릿속에 아주 커다란 물음표가 두둥! 하고 뜬다. 언제쯤, 도대체 나는 언제쯤 그의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낌표를 떠올릴 수 있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동진 평론가 외 몇몇 평론가들의 북촌 방향에 대한 글을 정독하고 난 후이다. 느낌표를 떠올리기 위해 여전히 난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순전히 혼자 영화를 볼 때 보는 중간에 내가 느꼈던 것은 유준상(캐릭터) 같은 남자 정말 싫다, 그런데 저게 현실이라 슬프다, 유준상의 연기가 가장 꾸밈없고 좋다, 이 장면들은 도대체 언제 일어난 일들인가 헷갈린다였다.


꾸밈없는 유준상의 연기


유준상 배우의 연기가 나는 참 좋다. 지질한데 귀여운 구석이 있는 남자 연기를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이 영화에서는 차림새부터 '예전과 경진'이라는 여자에게 하는 말과 행동까지 정말 꼴 보기 싫었는데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남자로서는 정말 싫은데 인간적으로 연민이 느껴지는. 불쌍한 연기까지도 잘해서 그런 것 같다. 불쌍한 척 하는 건 아닌데 불쌍한 그런 연기. 이 세상 남자들에게 돋보기를 들이대고 보면 그 모두에게 이런 감정을 느낄 것만 같다.


실험 카메라를 보는 느낌


워낙 신들이 뚝뚝 끊겨서 그런지 모든 신들이 독립된 단편 영화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 형식이 꼭 몰래 카메라나 실험 카메라 같은 느낌이다. 아마도 공간 자체가 현실적이고 카메라도 거의 한 앵글로 고정돼 있어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곳에 남녀 무리를 앉혀놓고 실험, 관찰하는 것 같은 각각 독립된 실험 카메라. 그 실험을 통해 관객들 각자가 알아서 결과를 얻어가도록 그냥 내버려두는 것 같으면서도 숨겨둔 무언가를 찾아보라는 수수께끼 같기도 해서 난 자꾸 그 씬들을 보면서 무엇인가를 찾으려 애썼다. 결국 찾아내지는 못했지만.


헷갈림의 연속


이 영화가 퍼즐 맞추기일까? 자유의 언덕은 그 퍼즐 조각들이 웬만큼 맞춰졌는데 이 영화는 아직도 맞추지를 못했다. 평론가들의 해석을 보고 난 후임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럽다. 어떤 부분은 맞는 말 같은데 어떤 부분은 여전히 의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감독 조차 완벽한 정답을 구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그의 인터뷰에 의하면).


아무래도 종합해보면 중요한 건 조금씩은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상황들의 '반복'이다. '소설'이라는 술집, '다정'이라는 한정식집이란 공간에서 계속 비슷한 상황들이 반복된다. 그런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펼쳐지는 상황인지, 모두 다른 시간에 일어난 상황인지 헷갈린다. 또 1인 2역으로 등장하는 경진과 예전은 다른 사람인 것 같으면서도 같은 사람인 것도 같아서 헷갈린다. 그렇게 계속 헷갈리게 만들다가 영화는 유준상의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표정의 얼굴과 그 뒤쪽 북촌 지도를 함께 클로즈업으로 보여주고는 '메롱'하고 끝나버린다.


홍상수의 영화를 즐기려면


한참 약 올라하다가 내가 이 영화 안에서 집착한 것과 그로 인해 놓친 것들이 떠올랐다. 시간의 순서에 집착하는 동안 어느 한 순간순간들을 놓치며 영화를 보고 있었다. 앞으로 내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려면 영화에 기대하는 나의 수많은 관습적인 생각들을 버리고, 비우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그가 만들어낸 그의 세계에 금방 적응하고 그래야 여유가 생기고 그제야 내 몸, 내 감정, 내 생각을 그의 영화에 자유롭게 맡길 수 있을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머리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봐야 하는 영화인 것 같다. 다른 영화들보다 특히 더. 그래서 어른의 영화이고 그래서 19세 미만 관람불가라는 등급이 어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