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2017 제8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고.

새로운 재미를 알게 해 준 책

by Ann


점점 한국 소설에 관심이 많아진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만큼 이제 소설도 세계화가 됐다는 뜻일까? 전엔 한국 소설 만의 어둡고 습하고 청승맞고 어딘지 좀 촌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 싫었는데 이제 비율로 따지면 60 : 40 정도가 된 것 같다. 아직은 한국 소설이 40이지만. 나의 독서 시간이 쌓이면서 달라졌을 수도 있고 소설이 이제 국가를 따지지 않아도 될 만큼 세계화가 돼서 그럴 수도 있고.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2017 제8회 <젊은 작가 상 수상 작품집>을 읽은 것은 시의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이런 책도 읽게 된 것이다. 이런 책이라면 한국 소설만 모아놓은 책, 게다가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놓은 책 말이다. 바로 내가 가장 꺼려하던 종류의 책을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지난 작품집들도 다 읽어보고 싶어 졌다. 참으로 다양한 소재, 구성, 문체, 이야기가 담겨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한 작가의 단편집보다 더 흥미롭다. 작가마다 이렇게 다를 수가 있구나 하는 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나의 취향에 맞는 작가, 문체, 장르를 알아보는 것에도 꽤 도움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내가 추리 소설 그중에서도 범죄 추리 소설을 참 좋아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모아놓고 연속적으로 읽다 보니 유독 내가 그 장르의 소설을 읽을 때 초롱초롱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번 작품집에서는 강화길 작가의 <호수 - 다른 사람>을 꼽을 수 있다.






진영은 친한 친구의 남자 친구 이한과 함께 호수로 향한다. 바로 그녀의 친구이자 이한의 여자 친구인 민영이 그 호수에서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진영은 사실 이한과 함께 가는 걸 내켜하지 않았지만 이한이 그곳에서 무엇을 발견했다고 꼭 같이 가 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나서게 됐다. 호수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진영은 자신이 왜 그를 이토록 불편해하는지에 대해 생각했고, 점점 이한을 의심하게 된다. 그러다 호수에서 진영은 이한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고 놀라게 된다.


이 소설은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된다. 진영이 이한과 함께 호수로 가면서 떠올리는 지난 일들이 점점 이한을 의심하게 만들고 나는 진영과 함께 그를 의심하며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그가 진영을 헤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혹시 이한이 자신의 여자 친구인 민영을 다치게 한 건 아닐까? 그가 범인일까? 아닌가? 이런 장르의 소설을 나는 굉장히 즐기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니 정유정 작가의 책들을 참 흥미진진하게 봤었다.


그 외에도 중간중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와 여성들이 느꼈을 법한 공포심들이 묘사가 되어 더욱 긴장이 됐던 것 같다. 소설의 중심 이야기는 진영이 주인공이지만 그 외 묘사되는 범죄와 경험들은 나의 일이기도 했고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작품은 천희란 작가의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였다. 서간체 소설을 자주 접해보지 못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고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이 튀어나와 깜짝 놀랐다. 그저 잔잔하게 읽고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이 소설은 레즈비언을 소재로 한 소설이었다. 평소 레즈비언 커플을 다룬 소설을 접해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두 작품이나 만날 수 있었다. 이 소설과 바로 <쇼코의 미소>의 최은영 작가의 소설이 그랬다. 두 작품의 차이는 한 작품은 레즈비언 커플이지만 그게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고, 하나는 그것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두 작품을 한꺼번에 접하니 잘 알지 못했던 그 세계를 아주 좁은 문을 통해 들여다본 것 같았다. 영화 <캐롤>이 떠올랐다. 아름답다고 느꼈던 그 영화.


이런 작품집을 읽다 보니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다. 바로 이어지는 작가 노트와 그 소설에 대한 해설이 바로 그 재미다. 보통 단편을 읽을 때 내가 어려움을 느꼈던 점들을 바로 이 부분이 해결해줘서 좋았다. 개인의 해석을 방해할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좀 더 단편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 부분을 읽는 것을 좀 미룰 것 같긴 하다.


작품집에 대한, 한국 소설에 대한, 단편에 대한 재미를 붙일 수 있었던 책이었다. 나처럼 한국 소설에 재미를 아직 못 붙인 사람이 있다면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들을 추천한다. 이제 나는 2016 작품집을 읽어봐야겠다. 아, 또 다른 작품집들도 찾아봐야겠다.








ㅣ책 정보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2017)

낯섦보다 큰 즐거움을 선사하는 젊은 작가들의 젊은 소설!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소설 중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작품에 수여하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2010년에 제정된 ‘젊은작가상’은 열정과 패기로 충만한 한국 문단의 젊은 작가들을 대상으로, 등단 십 년 이내의 작가들로 제한하여 그동안 집중적으로 조명되지 않은 개성에 주목한다. 매해 일곱 편의 수상작과 젊은 평론가의 해설을 엮어 출간해온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한국문학의 정체를 한순간도 용납하지 않고 갱신을 반복하는 젊은 작가들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작은 임현의 《고두(叩頭)》로, 모든 이타적인 행동에는 이기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비틀린 윤리의식을 가진 윤리 교사의 육성을 통해 한 인간의 자기기만이 얼마나 지독한 수준에 이를 수 있는가를 역으로 드러내 보이는 작품이다. 집요함으로 마치 소설의 육체를 쌓듯 성실하게 써온 줄만 알았던 임현에게서 노련함까지 발견했다는 평을 받으며 대상을 수상했다. 대상의 영예를 얻은 임현을 비롯해, 강화길과 천희란은 젊은작가상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김금희는 3회 연속으로 젊은작가상에 이름을 올렸고, 최은미도 이번 결과를 포함해서 3회 수상자가 되었다. 새로움을 조명하고자 하는 젊은작가상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들의 꾸준한 정진이 두드러졌기 때문일 것이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54644990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런 여자는 없다>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