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이렇게 된 거.

by Ann


나는 결혼을 하지 못했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았다.



남들 결혼할 때

내 곁엔 아무도 없었다.

남들이 결혼해야 한다고 할 때

나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나를 보며 혀를 차는 어른들이 있다.

나를 보며 부러워하는, 이미 결혼한 친구들이 있다.

나는 어디에 서 있는 누구일까.



기왕 이렇게 된 거

결혼을 내 인생에서 가장 뒷줄에 세워둔다.

무엇을 위해

결혼을

이제 와서 하고 싶지는 않다.



좁은 방 한 칸에

앉아서 이 글을 쓰면서

충분히 좁다고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내가 만약

결혼이라는 걸 하는 날이 온다면

그건 분명

내가 나의 삶을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가 생기고 난 다음일 것이다.



누구에게도 휘둘리지 않고

살 수 있는 용기가.



기왕 이렇게 된 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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