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사람이었다. 오죽했으면 그를 만나는 동안 지인들이 내가 버르장머리가 없어졌다고 종종 얘기하곤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종종 외롭다고 느낄 때는 그가 '나를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 때였다.
그는 늘 무엇이든 무척 열심히였다. 연애뿐만 아니라 많은 일들을 무척 열심히 했다. 철저하게 계획을 세웠고 몰입했다. 나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우리의 연애에도 마찬가지였다.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계획을 세우는 그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지만 그렇게 부지런히 열심히 내 앞에서 움직이는 그를 보고 있으면 외로웠다. 저 사람은 저렇게 해야만 하는 사람이구나. 내가 아니었더라도. 그 누군가였더라도.
나를 위한다는 이유로 그가 하는 행동들은 그의 욕구처럼 보이는 것들도 많았다. 그가 나를 위해 하는 행동들은 그 행동을 하는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행동들처럼 보였다. 오히려 가끔 난 나에게 아무것도 해주지 마세요 하고 바랐다. 그저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만 해주기를.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느낄 수 있고 그것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니까. 하지만 그런 나의 이야기는 그를 실망시키기만 했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다.
결국 그와 난 이기적이었다. 모든 걸 해주는 그가 편해서 좋아하면서도 그의 성실한 연애에 오히려 씁쓸함을 느끼는 나도, 자신의 만족을 위한 연애에 열심히인 그도 결국 이기적이었다. 사랑은 결국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을 곱게 포장한 그 무엇인 것일까.
결국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우리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사는지조차 모르는 사이가 되어서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이었을까. 무엇일까.
그의 곁엔 또 다른 내가 그의 성실한 연애 혹은 결혼 생활을 함께 하고 있겠지. 어쩌면 두 사람 모두 그런 연애를 추구해서 아주 잘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또 나에게 맞는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해, 찾지 못해 혼자다. 결국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아주 잘 맞아야 시간이 지속되고 사랑은 커진다. 그럼 그게 사랑일까? 어떤 전제조건이 붙는 그 무엇이? 뭔가 비즈니스 같다는 생각도 문득 엉뚱하게 든다.
"내가 가진 것과 당신이 가진 것이 조건이 아주 잘 맞네요. 우리 한 번 잘 해봅시다."하고 악수를 하는 모습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