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바깥은 여름>을 읽고 (1)

<입동> : 그만 하라는 말, 그만 하세요.

by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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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소설에 재미를 느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재미를 느낀 건 레이먼드 커버의 <대성당> 덕분이었고, 이후 더욱 재미를 붙인 건 <젊은 작가상 수상집>을 통해서였다. 점점 더 단편에 대한 재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그 와중에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을 만났다. 단편 소설집 안에 있는 모든 소설이 다 좋았던 책은 이 이 책이 처음이었다.








한국은 겨울인데 태국은 여름이었다.

(중략)

1월. 연이은 한파와 폭설 속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분주해 보였다. 반면 차창 너머 여름은 느긋했다. 푸르고 풍요롭고 축축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낯선 나라에서 모국어로 된 정보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손에 스마트폰이 아닌 스노볼을 쥔 기분이었다. 유리볼 안에선 하얀 눈보라가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인. 시끄럽고 왕성한 계절인, 그런.



위의 문장에서 말해주듯이, 이 소설집 제목이 말해주듯이 이 소설은 모두가 따듯하고 행복하고 시끌벅적한 세상 안에서 온몸을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핀 조명을 비추는 소설이다. 소설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게 아니라 내가 소설 속 그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나의 얼마 안 되는 온기를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 무엇이라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이 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 <입동>은 봄에 생살과도 같은 아이를 잃은 부모의 이야기이다. 아마도 세월호 사건이 모티브가 된 작품이겠지. 작년부터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는 여러 작품들을 꽤 자주 만났지만 아직도 낯설다. 낯설게 슬프고 낯설게 끔찍하고 낯설게 괴롭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이제 그만하라'는 말이, 나는 더 낯설다.



<입동>이라는 소설은 도배를 통해 결코 잊을 수 없는, 덮어버릴 수 없는 상처를 이야기한다. 벽에 묻은 빨간 복분자 자국, 아이의 사랑스러운 낙서 자국은 그 위에 다른 도배지를 덮는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아니 사라질 수 없는 상처, 기억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이 소설에서처럼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을 잃는다던가, 자기 자신이 끔찍한 사고를 당한다던가 하는 일들처럼 말이다. 잊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잊히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그 고통스러운 기억,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결코 그만 하라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다. 절대 모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 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너는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나는 멍하니 아내 말을 따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



이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읽고 나는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 눈물의 온기가 후들후들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들에게 위로가 되길 조심스럽게 바라보면서.




다음 편에서 계속...





이 책은 단편이 다 너무 좋아서 글이 길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각 소설마다 나눠서 글을 올리려고요~!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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