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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 Nov 16. 2017

우리 집에 고양이가 왔다

이틀 동안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연속으로 1시간 이상을 자지 못했다. 자꾸 신경이 쓰여서. 자꾸 겁이 나서. 자꾸 걱정이 돼서. 심장은 계속 쿵쾅쿵쾅 뛰고, 머릿속은 시끄럽고. 이틀 동안 밥도 다 합쳐서 한 공기 정도 먹은 것 같다. 통 먹히지를 않아서. 이유는, 그 이유는 우리 집에 고양이가 왔기 때문이다. 

동생과 야식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집 앞 화단을 지나칠 무렵 아기 고양이 우는소리가 아주 크게 들렸다. 동생과 플래시를 켜고 화단을 들여다보니 나의 손보다도 작아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흠뻑 젖은 채 큰 소리로 울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는 희한하게도, 여태 만나본 새끼 길냥이들과는 다르게 내가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내가 손을 내밀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 손바닥 위로 올라왔다. 새끼 고양이 뒤에 다른 형제들이나 엄마 고양이가 있는 건 아닌지 둘러봤지만 혼자였다. 나도 그 순간은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렇게 두면 밤새 얼어 죽을 게 뻔했으니까. 

내 손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고양이가 너무 작아 나도 덩달아 손을 떨었다. 너무 작아서, 너무 가벼워서 꽉 쥘 수도, 떨어뜨릴까 봐 느슨하게 쥘 수도 없어 바들바들. 새끼 고양이는 내 손 위로 올라온 뒤 울지는 않았다. 

집으로 들어와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코트도 못 벗고 우왕좌왕하다가 일단 수건으로 몸을 닦아줘야겠다 생각해서 수건으로 열이 나도록 몸에 비비면서 닦아주었다. 몸을 닦아주니 금방 기운을 차렸다. 자고 계시는 엄마를 깨웠다. 우리는 동그랗게 앉아 이 아이를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보는 우리는 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잠자리를 마련해주고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빨리 좋은 주인을 찾아줘야 해. 정들기 전에 빨리 찾아줘야지. 그런데 왜 저렇게 거친 숨을 몰아쉬는 거지? 어디 아픈 건가? 엄마는 어디 있을까? 나 때문에 엄마와 헤어지게 된 건 아닐까? 하지만 그냥 두고 왔다면 밤새 얼어 죽었을 텐데? 등등의 생각들이 나의 수면을 방해했다.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그렇게 비 오는 새벽 새끼 고양이가 우리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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